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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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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속리산에 가면


BY 새우초밥 2013-08-06

 2009.02.02.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제일 먼저하는 행동이라면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통하여

   아파트 앞과 산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첫 행동이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아침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한참동안 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하다가도 비가 내리면 수업중에도 비내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시골집에 거주할때도 비가 내리면 대청마루에서 감상하는데 처마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나는 좋아한다. 

 

   중학교 2학년때 3박4일의 수학여행을 가면서 경주를 거쳐 속리산으로 갔다.

   그때 처음 가보았던 속리산 수학여행에서의 그때 정신없이 단체로 움직였기에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친구들의 여관에서의 난장판과

   속리산 법주사에 어떻게 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전혀 기억이 없다.

   속리산 갔다가 전라도쪽으로 내려오면서 전라북도 김제 금산사에 들렸다.

   그리고 남원 광한루에 가서 춘향이가 놀았다는 그네를 대충 본 기억밖에 없다.

   그때는 해외여행을 가면 시간에 쫓기면서 대충 구경하는 관광객들 처럼

   나도 그때는 한 무리속에서 대충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 덕분에 6년전 속리산에 갈 수 있었다.

   친구 한명이 그때 가족하고의 심한 갈등 때문에 잠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나를 비롯한 한 친구하고 3명이서 포항으로 갔다.

   포항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길을 잡다보니까 속리산으로 길을 잡았다.

   고속도로를 달려 속리산으로 접어드는 말티재를 한참 올라가는것을 보면서

   마침 중학교시절 수학여행 가던 기억이 떠 올랐다.

 

   속리산 숙박단지에 도착하니까 날씨는 마치 비가 올것 같았다.

   하루 숙박을 위하여 잠잘곳을 찾아들어가는데 마침 바로 옆에는

   전라도 광양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이 있었다.

   30명이 들어가는 방을 하나 잡아 들어갔다.

   창문을 통하여 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이슬비가 조금씩 내린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는 법주사를 향하여 걸어간다.

   속리산 법주사까지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이라면 만나는 추억의 터널이 있다.

   그건 법주사까지 가는 동안에 만나는 하늘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이다.

   그때 촉촉한 아침에 나무터널을 걸어가는데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들은 나무터널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법주사에 도착,

   법주사 경내를 구경하는데 밤새도록 내린 이슬비 때문에

   물 웅덩이가 군데군데 보이고 옷을 적실것 만큼 내리는 이슬비였지만

   아침의 좋은 기분에 이슬비는 맞아도 좋았다.

   중학생 학창시절 대충 보았던 법주사보다는 성인이 되어

   또 다시 만나게 된 법주사의 모습이 왜 그리도 좋은지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이고 동양에서 제일 큰 키를

   자랑한다는 청동미륵대불을 다시 보는데 학창시절 보았던

   청동미륵대불의 모습은 조금 변해있었다.

 

   법주사 구경을 하고 내려오는데 웬지 서운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나중에 다시 시간이 되면 찾아오고 싶다는 무언의 약속을 했다.

   그 이후 비가 오는날이면 법주사가는 나무터널을 생각한다.

   맑은 날씨 보다는 굵게 내리는 비보다는 이슬비 내리는 날씨에

   우비를 쓰고 가는 기분이 더욱 좋다,

   그리고 한폭의 풍경화속에서 존재하는 우비를 쓰고 걸어가는

   한명의 남자가 되어봄직은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