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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7일,금요일-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BY 사교계여우 2014-11-07

11월7일,금요일-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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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무렵 낙엽이 비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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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꺽다리 은행나무는
몰라보게 야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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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차가운 바람에 몸을 으스스 떨며
봄과 여름, 가을을 함께 보냈던 나뭇잎과 작별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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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따뜻한 나무 옷을 입은 어머니 땅은
낙엽에게 내년 봄 꼭 만나자는 나무의 약속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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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잠시라는 속삭임이다.
나무의 약속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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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노란 은행잎이
보도블록에 카펫처럼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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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따뜻했던 날씨 탓에
평년 수준으로 돌아간 기온이 낯설고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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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날씨는 그해 겨울의 바로미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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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조들은 입동에 추우면
그해 겨울이 유난히 춥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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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입동은 정말 매섭게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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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이래 가장 더운 10월을 보낸 터라
더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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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땐 추위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모처럼 웃었다.
두툼한 잠바와 털옷이 기다렸던 주인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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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올해는 입동이라 하기엔
너무도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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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추워도 좋다.

얼어붙은 경기로
무거운 마음 잠시 덜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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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였을때는 서른 살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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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방황의 흔들림 없이
적당히 무뎌져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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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느새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룬 것 없이 지나가는 세월이 두렵다 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독백에 공감하는 나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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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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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는 올해야,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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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다시 만나면 한 뼘쯤은
자라 있는 내가 되어 있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