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수요일-이 세상을 햇볕에 말리고 싶다.
연일 쏟아지는 비.
태양 대신 비의 기억만 남을 것 같은 이 여름.
이젠 마음마저
물에 잠긴 종잇장처럼 힘없이 푹 젖어 버렸다.
온통 축축한 세상.
내일은 비가 그치고
해를 볼 수 있다는 기상청 예보다.
해가 나면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
신이 세탁한 이 세상을
햇볕에 내걸어 말리고 싶다.
더불어 눅눅한 내 마음까지도.
여름의 통과의례인 장마.
이번 비가 그치면 여름의 절반은 치러낸 셈.
진짜 길기도 했다.
뒤통수를 보이는 장마 말이다.
6월 21일부터 시작돼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나 됐다.
그래도 여느 해처럼
지상에 발붙이고 있는 많은 것들이 떠내려갈 정도로
큰비를 내리지 않았으니 기특하다.
옛말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고 했다.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만 망치지만
장마로 홍수가 나면
온통 쓸려가 남는 게 없다는 뜻.
다행히 올해는 비가 적게 오고
갠 날이 이어진 ‘마른장마’였다.
이제 한 달여 무더위만 견디면 된다.
다시 한번 아자! 힘내시기를.
장마 덕에 더운 줄도 모르고
두 복을 보내고 나니
말복쯤이야 싶은 게
공연히 더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물러나는 장마야, 고마웠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