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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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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타고 나간 바깥에서


BY 이안 2013-09-05

201394일 청명한 가을 날씨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이 가을이다. 안은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온다. 바람이 선선하다. 10일 전까지만 해도 움직이면 비지땀이 흘러내렸다. 날씨도 이리 변덕스러우니 사람 변덕스러운 것이야 탓해 뭐할까.

날씨가 좋으니 안에만 있기가 아깝다. 휘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하고 밖으로 나선다.

4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선다. 가끔 보는 4층 꼬마가 책가방을 맨 채 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온다.

안녕!”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우리는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한데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눈이 붉다.

울었어?”하고 묻는다. 내 물음이 기폭제 역할을 한 걸까? 갑자기 커다란 눈에 물기가 맺힌다. 난 무슨 일인가 하여 바짝 긴장한다. 한데 아이의 대답은 너무 싱겁다.

엄마 아빠가 집에 없어요.”

아이는 그게 너무 서럽다. 목소리가 물에 잠겨 있다. 눈물도 뚝뚝 떨어뜨린다.

나는 ㅎㅎ 웃는다.

그래서 우는 거야?”

아이가 그렇다고 말한다. ,

엄마아빠도 집에만 있으면 안 되지? 밖에도 나가고 해야 살 수 있는 거야. 니가 밖에 나가 놀 듯이.”

엄마아빠가 안 올까봐 걱정 돼서?”

난 한 번 더 묻는다. 아이가 그렇다고 대답한다.

? 싸우기라도 했나?’하고 난 속으로 스치듯 생각한다. 그리곤 아이를 본다. 눈은 큼직하고 얼굴은 갸름하니 잘생겼다고 해야 하나? 생김새가 예전의 닉쿤을 좀 닮은 것도 같다. 그럼 잘 생긴 거 맞는 거 같다. 그래서 눈에도 잘 띄는 아이다.

아이가 내 말을 알아듣기는 했을까? 아이의 눈물이 걷혀간다. 난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아이에게,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고 와! 그럼 엄마아빠가 와 있을 거야.”

아이도 그럴 생각인 모양이다. 자전거에 올라타더니 휭하니 멀어져간다. 나는 가져간 헌옷을 수거함에 넣고 아이와 반대쪽 출입구로 걸음을 옮긴다.

햇살이 따끈하다. 곡식이 익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풍년 소리가 들려온다. 쌀 농사가 풍년이란다.  

살 건 없지만 홈플러스에 가서 눈요기나 하고 올 생각에 그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소도시다보니 군데군데 빈 터에 콩이며 고구마 심어놓은 것도 보인다. 내 농사꾼 기질이 흘러나온다. 손으로 콩대를 들춰본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 열매도 없다. 순만 쑥쑥 자라있다.  

꽃은 없고 왜 잎만 무성한 거야? 내 밭의 콩들은 열매를 매달기 시작한 지가 언제인데.’

홈플러스 옆에 있는 밭도 한참 들여다본다. 참깨를 베어내고 배추를 심었다. 따끈한 햇살이 아직은 반갑지 않은 듯 가녀리다.

저러다 시들어버리면 어째? 비 한 번 와주면 잘 자라겠네.’

일기예보를 챙겨보지만 당분간 비 소식은 없다. 가을 작물이 뿌리 잡도록 한 번 내려주면 딱인데 말이다. 왠지 푸른 하늘을 오래 볼 거 같은 예감이 다가온다. 난 또 그 일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지하수를 받아다 한 번 뿌려줘야 할까보다. 월요일에도 두 통을 받아다 겨우 뿌리 부분만 적셔주고 왔는데 말이다. 이틀이 흘렀으니 또 물이 고파지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