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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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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나는...


BY 사과향기 2013-06-11

 오랜만이다..

누구 탓도 아닌 나의 게으름으로 오랫동안 그냥 두었다..

내 마음을 이 곳에 풀어놓으리라 맘먹고 방을 만든지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었는데...

나름으로 답답하고 힘든 일들은 그냥 힘든데로 견뎠었나 보다..

 

지난 주 금요일 새벽 출근 준비로 한창인 그 시각에 신랑 친구의 아버지이면서..

내친구의 시어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신랑 친구랑 내 친구는 부산에서 살고 있으니 부모님이 계신 인천으로 오려면..

오후에나 도착하겠지...

중풍으로 고생하시고 계시단 소식을 듣고 요양병원에 병문안 가 뵈었던 게 불과 4개월 전이었던 거 같은데...

그때 빵이 드시고 싶다고 해서 그 주위를 다 돌아다니며 찾은 파리바게트에서 카스테라 사드린 것이

그나마 죄스러운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하루는 나 혼자... 다음날은 대구로 출장간 신랑과 신랑 친구들.. 서울에 사는 또 다른 신랑친구들이랑..

함께 빈소를 지켜주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가 병문안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상태가 많이 나빠지셨고..

한달여간을 집중치료실과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래도 오래 고생하지 않고 돌아가신 게 고인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싶었다..

의식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오래 고생하시면 그것도 애달픈일인데....

팔순을 넘어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이시니 호상이라면 호상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유가족들이야 보내드림에 애닮겠지만...

 

내 친정부모님들이야 진즉에 우리 곁을 떠나 안계시지만...

시부모님은 형제도 없이 달랑 혼자인, 무녀 독남인 신랑 혼자 보내드려야 하는데...

시부모님께서 워낙 어릴때 신랑을 낳고 그만둔지라 신랑과의 나이차이가 아버지는 20살,

어머니 18살밖에 나지 않는다..

신랑이랑 잠시 밖에서 바람을 쏘이며

"자갸.. 우리는 무조건 건강해야 해... 만약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부모님을 돌봐줄 사람은 이세상에 아무도 없는 거야.. 이번에 영길씨 보니까..

그래도 형제가 있으니 서로 의지가 되는데.. 우리는 정말 우리 둘뿐이네.."

신랑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난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까진 아파도 안되고 힘들어도 안되는 사람이야..

나는 내 건강 알아서 챙기니까.. 몸이 안좋은 자기나 건강 열심히 챙겨... "

그래.. 그랬다.. 벌써 시부모님보다 평상시 먹는 약은 더 많고...

침에 한약에 들어가는 병원비도 만만치가 않은 나인데...

주위 친구들의 부모님 부고가 심심치 않게 들려올 나이가 되어 보니.. 걱정이 많아지는 나였다.

지금처럼 건강 유지하면서 사시다가 조금만 편찮으시다 돌아가시면 정말 좋겠다 싶다.

그래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서 편안하게 보내드릴 수 있을때 가시면 당신들도 복이고..

우리도 감사한 일일텐데...

 

그래서 내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지난 주말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직 건강해서 회사생활도 하고 아버님 1년에 두번 서울대병원 다니시는 것도

함께 해 드리고 몇년전부터 일에서 손을 놓으신 아버님 어머님께 생활비라도 보내드릴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예전에는 자식들만 보였었다.. 언제 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할까 싶었고..

언제 저 아이들에게 좋은 짝을 맺어줄까 그런 걱정만 했었다.

그런 아이들이 아직은 내 손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큰아이는 대학생으로.. 작은 아이는 고3으로 자기 길을 찾아가고 있는 걸 보면

이 아이들은 이제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할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

 

친구 부모님의 부고를 듣고... 그동안의 병원비로 모아두었던 돈 다 썼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형제들과 나눠지는 짐도 이렇게 무겁다고 하는데.. 혼자 지고 가야하는 우리의 짐은...

3년전 뇌경색과 뇌출혈로 쓰러지시면서 거동이나 다른 무엇은 이상이 없는데 방향 감각이 없어져

경제활동을 아예 접으신 아버님과 어머님을 보면서 새삼 부담으로 다가온 부모님을 보게 되었다..

나이 쉰을 바라보면서 그렇다고 자식키우면서 모아놓은 돈 없이 그저 우리의 노후를 위해 연금 몇가지

들어가고 있는 게 전부인 현실을 보며 또 다른 부담감으로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어느덧 사회생활 30여년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한 몸은 여기 저기서 고장났다고 신호를 하고 있고..

환갑전에는 시골로 내려가 조용히 자급자족하면서 살아야지 싶은 노후의 꿈도 부모님 살아계신동안은

그냥 꿈으로만 갖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제 사회생활에 슬슬 꾀도 나건만... 내 힘있는 동안은 접을수 없는 건 아닌가 싶어..

그또한 겁이 난다..

 

현재는 당신들 두분이서 이러 저러하게 살고계시지만... 쬐꼼밖에 보내드리지 못하는 용돈이 죄송해..

아는 척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달랑 하나 낳아 키우시면서 어찌 저리 노후대책 하나도 못해 놓으셨나..

살짝 원망의 마음도 생기는 건 자식의 이기심이겠지...

나도 어쩔수 없는 나쁜 며느리임은 분명하다..

 

새삼 우리 두사람의 어깨에 실린 짐이 무겁다 느껴지는 건 내가 또 그만큼 나이를 먹어감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싶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아니 건강하게 잘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졌으니 다시 힘내서 열심히 열심히 살아내야 하겠지...

그래... 그게 짐이다 생가하면 힘이 들겠지만...

그게 사는 것이라면 잘 해내고 싶다.. 아니 그냥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아봐야 겠다..

그 다음은 내 몫이 아니니 어쩔수 없다 여기면서...

 

친구가 큰 일 치루는 모습을 보며... 또 지난 한주동안 4곳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많은 생각들로 밤잠을 설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