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는 1,442계단 끝에 그렇게 있었다. 화사한 웃음으로 두팔 벌려 안아주는 엄마처럼..
화창한 얼굴로 하늘의 구름색을 그대로 비추면서 그렇게 그 곳에 있었다..
산꼭대기 2천6백몇십고지에 커다란 호수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 백두산 천지를 보면서 어떤 웅대한 포부를 담았는지..
혹은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꿈속에서처럼 황홀했다..
돈을 주고 찍어야 천지가 다 나오게 찍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간 언니랑 형부랑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리 돈으로 4만원...
신랑은 천지 모습을 동영상에 담기 바빴고..
계단에 지친 나는 그저 난간에 기대어 천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웅장함에 탄성만 지를 수 밖에...
수많은 사람들로 인한 소란스러움도 나의 이 감동을 반감시킬 수는 없었다.
서파코스의 백두산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부분이었다.
5호경계비에는 북한군인 2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우린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북한땅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제 천지를 눈과 마음에 모두 담아두고 아쉬움을 안은채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내려다 보이는 계단이 참.. 멀기는 멀구나 싶다..
그렇게 서파코스의 백두산 천지는 우리의 마음으로 화사하게 들어왔다...
다음날은 북파코스의 백두산이란다..
가이드의 말로는 서파코스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북파코스는 정말 많은 사람을 구경할 수 있을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코 떨어지면 안된다고 한다. 이곳은 새치기가 다반사이기때문에..
정말 많다.. 그리고 질서가 엉망이다..
올림픽을 치루지 않은 나라같다.
우리 일행은 떨어지지 않기위해 서로의 어깨를 잡고
기차놀이할때처럼 바짝 붙어서 움직였다..
우와.. 계속 밀려드는 사람들...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들의 홍수속에서...
우린 떨어지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붙어있었다.
한사람의 낙오도 없이 우린 셔틀버스에 올랐고...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하면서 알아본 날씨는
오늘도 역시 쾌청이라고 했다..
와.. 오늘도 천지를 본다면 우린 정말 운좋은 관광객이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북파코스는 천지입구까지 차로 올라간다.. 벤츠 마크를 붙인 이스타나...
여기도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함께 간 여행사 사장님의 배려로 우린 갤로퍼를 탔다..
물론 기다리지 않고.. 역시 돈이 많이 든다는....
백두산으로 오르는 북파길은 어제 서파의 S자코스는 코스라고 명명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득하게 휘돌아 올라야만 했다.
드디어 어지럽게 휘돌아 오르는 길을 감수하고 도착한 북파코스의 백두산은
어제의 그 백두산이 아니었다.
어제 약간 더위까지 느껴야 했던 그래서 한없이 청명했던 서파코스의 백두산을 기억한
우리 일행들 몇 분은 정말 가벼운 차림의 옷을 입고 올랐는데.. .
내리는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구름과 휘몰아치는 바람과 흩뿌리는 비는
우리 몸을 사정없이 떨게 만들었다.
분명 입구에서는 날씨가 맑았는데.. 어찌 이런 일이..
역시 높은 산인건 맞는가 보다..
맨발에 구멍이 숭숭 뚤린 여름용 등산화를 신은 한 분은 팔에 끼었던 토시를 발에 신어야 했고..
신랑이 가져간 우비는 얇은 바람막이만 걸친 일행분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나는 추위와 체력이 약한 나를 두꺼운 바람막이로 챙겨준 신랑덕분에 그다지 떨지않았고..
한 10분정도 올라가면 천지란다.. 볼수 있을까..
그런데 어제 올라간 계단보다 10분 오르는 그 길이 더 힘들다..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았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천지는 안보였다.. 그저 시커먼 구름만이.. 뭉게 뭉게 뭉쳐서 휘돌아 다닐뿐..
어디선가 사람들의 함성이 들린다.. 그 사람들을 헤치고 겨우겨우 난간으로 다가가니 그냥 구름이다...
신랑 손에 의지해 다시 다른 코스로 가니 또 사람들의 함성이 들린다..
다시 난간으로 다가가니 구름 사이로 언뜻 천지가 보인다... 서파코스에서는 눈앞에 펼쳐졌다면..
이곳 북파에는 발아래 펼쳐진다... 얄밉게도 금방 구름에 가려져버렸지만..
바람이 휘돌아 구름을 걷어낼때면 잠시 잠깐 그 모습을 보여주는 천지였다..
우리는 그렇게 잠깐씩 얼굴을 내미는 천지를 또 볼 수 있었다.
어제의 선명한 천지와 오늘의 구름사이로 바라본 천지...
한 여름에 추위에 떨며 바라본 천지를 또 다시 가슴에 안아본다..
역시 기다리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내려오는 백두산은 정상부근의 날씨가 꿈인양
백두산 아래는 언뜻 언뜻 구름은 있지만 맑고 후텁지근했다..
장백폭포를 보기위해 버스를 타고 잠시 더 오르고...
장백폭포입구에는 온천에서 삶은 계란과 옥수수를 팔고 있었다.
아직도 온천수가 퐁퐁 솓아오른다는 말은 백두산은 사화산이 아닌 휴화산이라는 증거...
그 모든 것을들 바라보면서 학창시절 사회교과서와 국사교과서에 나온 내용들을 드문 드문 떠올려본다.
형부의 배려로 해 본 백두산 관광...
중국과 북한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백두산...
중국은 그 백두산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고..
우리의 북한은.... 백두산 관광사업을 개발한다면 헐벗고 굶주린 우리의 동포들이
조금은 그 헐벗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한 생각에 많이 안타까웠다.
두만강 역시 푸른 물은 아닌 흙탕물이었고..
채 1키로도 되지 않을.. 아니 500미터도 되지 않을 거리에 북한 땅을 두고
배로 그 주위만 둘러보는 관광을 하면서도 안타까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가이드와 여행사 사장님의 말로는 그래도 지금은 나무들이 있어 좀 낫지만..
봄이나 늦가을... 겨울에 오면
두만강 너머의 북한 땅은 황량함 그 자체라고 한다.
먹을 식량이 부족해
산 꼭대기 정상 가까이까지 개발해서 농사짓는 그 악착같음에
어찌 그곳까지 올라가서 개간을 했을까 싶은 대단하다는 감탄사보다는..
얼마나 식량이 절박했으면 그곳까지 개발을 했을까 싶어 마음이 쓰였다.
우리나라가 메스컴이나 영화를 통해 정말 못살고 전쟁만 생각하는 나라라고 알고 있다가
88올림픽을 통해 그 모든 것들이 북한 방송을 통해 잘못 전해진 걸 알았다는
그래서 이렇게 잘살게 된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하게 되었다는..
조선족들의 생활을 비교적 솔직하게 얘기해 주던 가이드...
첫날 들렸던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시인의 생가과 모교...
선구자의 가사에 나온 일송정과 해란강..
이번 4박5일 일정의 여행은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북파에서 바라본 천지.. (바람이 구름을 데리고 가네요..)
김과 함께 퐁퐁 솓아나오는 온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