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생일이 다가오는데 남편과 나는 생일이 딱 하루 차이다.
남편이 오늘이라면 나는 내일
그래서 평생 나는 남편 생일날 끓인 미역국을 데워먹는 신세다
하지만 뭐 우리 둘 다 생일상을 거하게 차려먹는 편이 아니라서
별로 서운할 것은 없다.
선물도 서로 생략한다.ㅋ 안 주고 안 받기.
남편은 이벤트 같은 거 좋아하고 그런 것에 의미를 많이 두는 편이라
안 그러면 서운해 하던 사람인데 그런 것에 둔감한 나를 만나
나처럼 변해버렸다.ㅎ
그간은 딸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정성이 들어간 선물을 해줬었다.
로고가 새겨진 컵이나 수건이라든지 직접 만들어 이름까지 새긴 케익이라든지.
그럼 나는 그 물건을 1년이 다 지나가도록 마르고 닳도록 사용한다.
딸이 선물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작년엔 아주 가늘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금팔찌를 해줬는데
젊은이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아주 가는 굵기라서 '엄마 나이에는 좀 굵어야하는데' 했더니
'내가 돈이 없잖아' 해서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했었다.
자나 깨나 차고 다니라고 해서 지금도 내 손목엔 그 팔찌가 있는데
아직도 눈 크게 뜨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ㅋㅋ
그래도 내딸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선물이라 감사하다.
게다가 요즘 금값이 좀 비싼가?
모르긴 해도 용돈에서 꽤 지출이 되었을 것같다.
아들 생일이나 우리 부부의 생일날에 아들은 늘 곁에 없었던 세월이 십 년이 다 돼가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기에 미리 슬쩍 떠보았다.
엄마아빠한테 뭘 해줄건지를.
그랬더니 자긴 물건을 골라도 어머니 아버지 마음에 들기 힘들거고
언제나 현찰이 최고라며, 자긴 그 누구에게도 주로 현찰로 선물을 한다며
이번에 아버지,어머니 각각 15만원씩 드리겠다고, 만일 월급이 늦어지면
자기 통장에서 빼가라고 했다.
얏호 신난다.ㅋ
사실 나란 사람은 자식이 주는 돈 만 원도 아까워서 못 쓰는 사람인데
그래도 사양하면 안될 것같아서(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계속 사양하는 걸로 알까봐)
고맙다고, 역시 아들 밖에 없다며, 아들 딸 골고루 낳길 잘 했다며 마구마구
추켜세워줬다.
아들에게 저 액수는 꽤 큰 돈이다.
일을 한다고는 해도 공부와 병행하느라 일주일에 겨우 사흘동안 애들 가르쳐서 버는 돈이라
몇 푼 안되는데 거기서 30만원이면...
아들이 전에 저를 위해 밥 해주시느라 수고한다며 준 돈 30만원도
하나도 못 쓰고 그대로 두었는데 이번에도 난 그 돈을 못 쓸 것이다.
그게 어떻게 번 돈인데?ㅠ
이상하게도 남편이 준 돈은 잘 쓰겠는데 아들 딸의 돈은 왜 그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안쓰럽고 미안한건지.
나중에 정식 직장을 갖게 되면 그 때 줘라. 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애써 꾹 참았다.
아들 돈을 받아 써서 맛이 아니라 이것도 가정교육인 것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