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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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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여름휴가


BY 매실 2014-08-02

친정에 다녀온 지도 하도 오래되고 해서 아들도 인사시킬 겸

1박 2일 친정에 다녀왔다. 

 

전같으면 좀 길게 잡아서 하루쯤 계곡에 발이라도 담그고 올텐데

하도 더우니 바깥나들이도 귀찮고 해서 아무데도 안 가고 방콕!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옛말이 있듯이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도 이렇게 더울 때는 민폐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추석 때까지 갈 새가 없을 것같아 내려가는 대신

간단 연락도 안하고 내려가면서 점심을 아예 사먹고 들어갔다.

 

간다고 하면 더운 밥부터 하는 엄마인 걸 알기에

이 더위에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오래간만에 막국수를 먹으니 그도 나름 나들이 기분이 나고 좋았다.

 

저녁엔 부모님 모시고 가까이 사는 동생과 함께 닭갈비 외식을 했다.

이렇게 더울 땐 집에서 밥 하는 거 아니라고 엄말 설득해가며.

 

평소에 과묵하신 아버지는 막걸리 반주까지 드시고나서

기분이 좋으신지 옛날에 고생하던 얘기를 해가며 어찌나 목청껏 말씀을 하시는지

주변 눈치가 보일 지경.

아주 조용한 식당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 휴....

 

엄마가 평생 내조 잘 하고 아버지를 잘 도왔기에

바깥의 젊은 여자들한테 절대 한 눈도 안 팔고

엄마가 해달라는건 뭐든 다 들어주고 싶다는 아버지께

'으~리 있으시다'고 추켜세워드리니 기분이 더 좋아지셨다.ㅋㅋ

 

'아버지, 연세가 들어가실수록 점점 더 귀여워지신다'고 버릇없이 말해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허허' 이러면서 좋아하셨다.

무섭고 커보이던 아버지가 이젠 어린아이처럼 변하셨다.

 

내아들은 그런 나를 보며 '울엄마가 애교가 많으시네.효녀네'이럼서 추켜세운다

 

하룻밤 자고나서 아침일찍 나서서 올라왔다.

그러니 길도 안 막히고 좋았다.

 

이렇게 얼굴이나 보여드리고 이야기에 맞장구 쳐드리고

싸주시는 푸성귀 잘 가져오는 것도 효도라며...ㅋ

 

세상에서 젤 쉬운 효도로 여름휴가를 대신하고 올 여름 휴가는 이것으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