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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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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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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반란


BY 매실 2014-07-17

일을 시작하기 전 그동안은 아들이 집안일을 분담해줘서 참 수월하고 행복했다.

이제 돈벌이를 하느라 힘들테고 집안일은 다시 내몫이 되겠거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아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되었으니...ㅠ

 

객지생활 하면서 눈칫밥도 얻어먹고 군대생활도 해보고 그래선지

살림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깥일에 지친 엄마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채 못 갈아입고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설거지도 말끔히 해놓고 청소, 빨래도 걷고 널고 개고 다 했었다.

강아지 운동, 목욕도.

 

그래서 딸과 뒤바뀐 아들이라고 기특해도 하고 자랑도 많이 했는데

'자랑끝에 불 붙는다'고 하더니 딱 그짝이다.ㅋ

 

집에 가보니 강아지 저녁밥도 안 주고

거실만 닦으라고 당부한 것도 안 지키고 있어서 웬일인가 물었더니

분통을 터뜨린다.

 

왜 엄마는 딸은 하나도 안 시키고 자기만 시키느냐고

어렸을 때부터 딸은 오냐오냐 키워서, 시켜도 안 하는 애로 키워놓고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택배도 나더러만 다 받으라고 하고 문단속도 나한테만 시키고.

 

아니 내가 시키지 않아도 지가 곰살맞게 잘 챙기고

설거지도 내가 한대도 지가 헤드락까지 걸며 날 끌어내더니

뭔 불공평이라는거야?

그럼 이제부터 하나도 하지맛! 내가 다 할거야.

그럼 공평하지? 내가 아들 덕 좀 보나 했다

 

이야기의 본질은 그게 아니란다.

자기는 충분히 할 의향이 있으나 주말에도 저 먹은 그릇도 하나 안 닦는 동생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그렇게 만든 엄마의 교육법도 맘에 안 든다고.

 

왠지 무척 서운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한테나 둘 다 귀한 자식이지

형제간에는 조금이라도 불공평한 처사가 있으면 억울하긴 하겠다.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작은 아들 편만 들던 생전의 시어머니가 생각이 나면서

나도 자식을 통해 느끼게 되는구나 했다.

 

내가 저런 면에서 은근 차별을 뒀을 수도 있구나.

 

딸을 불러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오빠가 드디어 화가 났다.

네가 너 먹은 수저 한 개도 안 닦고 네 택배도 오빠더러

받으라하고 모든 일을 오빠한테만 미루니까 이제 안 하겠대.

너도 주중엔 힘들겠지만 주말엔 오빠가 걸레질 하면 너는 설거지 하고

그렇게 분담해서 해라. 하니 잠자코 듣는다.

 

무조건 다그치면 안 들어도 딸은 앞뒤 맞게 한 번만 조근조근 설득을 시키면

그 뒤로는 잘 지키는 편이다.

 

그제야 아들의 마음이 누그러졌다.

 

너는 어쩌다 한 번 서울 나갔다와도 이삼일은 헤맬 정도로 피곤하다며?

동생은 매일매일 어떤땐 주말까지도 왕복 4시간 걸리는 학교엘 다니지 않느냐?

너같으면 4시간 통학하고 집에 와서 살림하고 싶겠느냐?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있는 동생을 좀 불쌍히 여겨주고 배려해주면

안되겠느냐?하니 조금 미안한 기색도 보인다.

 

자긴 절대로 그렇게 통학은 못 한다고.ㅋ

 

서로 찰떡처럼 잘 지내다 분란이 생긴 우리 모자를 보며

남편은 무척 고소해하는 듯 보인다.ㅋ

아들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나?

 

자기가 더 딸바보라 대놓고 차별했으면서

 

당신도 마찬가지야.

딸이 누구 닮아 그렇게 손 하나 깟닥 안 하는데?

 

불똥이 자기에게 튀자 그 날 할 수 없이 남편이 저녁 먹은 설거지를 다 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