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온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하루하루를 지내는 요즘
일상이 참 감사하고 더없이 행복하다.
하도 오랜만이라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누가 보면 남들 다 가진 아들이고 그저 남들처럼 한 집에 사는 걸 가지고
뭐 그리 유난을 떠느냐고 하겠지만
혹시 나중에 장가가고나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생소하게 굴며 서운하게 하면
그 때 꺼내보려고 이 글을 내 글방에 써둔다.
초중학교때 일찌감치 조기유학을 떠나보내는 부모들도 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멀쩡히 고등학교 잘 다니고 있는 애를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유학이라는 걸 보내놓고 겪은 우여곡절은 여기서 다 쓸 수도 없으니 생략,..!
중간에 군대를 보내고나서도 또 2년을 하루같이 마음 졸이며 보냈다.
항상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NLL에 무슨 일이 났다하면 밤새 잠을 못 이루기도 했고
과연 무사전역이라는 말이 우리 아들에게도 해당이 될까? 병장 달고 지내던
마지막 두어달까지도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하고 전전긍긍~
그렇게 2년을 20년같이 보내고 나서 드디어 무사전역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또 복학
돌아가기가 죽기보다 싫다며 고개를 푹 꺾고 돌아가는 아들을 볼 때의 심정은
또 말로 다 못한다.
문화차이, 외로움과의 싸움에 지쳤다니 국내대학으로 다시 보내야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도 참 많이 했다.
그 사이에 타국에서 혼자 지내는 외로움을 견디다못해 같은 학교 유학생 아이가
둘이나 자살을 했다. 공부도 곧잘 하던 아이라는데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좀 더 잘 키워보자며 일찌감치 품에서 떼어놓고
보고싶어도 오랜 시간 맘대로 보지도 못하고 산 부모에게는 천추의 한이 될텐데...ㅠ
그로 인해 내아들도 한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더구나 같은 원룸 빌딩 바로 옆건물에서 투신한거라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입시 때도 한 번도 같이 있어주지 못한 한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가서 같이 있어주자 싶어
모든 일을 제쳐두고 한달음에 달려갔었다.
달랑 사나흘이지만 밥을 해놓고 아들을 기다리면 집에서 자길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고
그렇게 좋아했다.
그리고 때 되면 신경쓰지 않아도 밥이 딱딱 나오는 게 너무너무 좋다며 웃는데
그간 어린 나이에(?) 스스로 자신을 건사하며 사느라고 어지간히 고단했나싶어
그 모습이 얼마나 짠하던지.ㅠ
돌아오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걸 집안일,회사일,교회일이 밀려 어쩔 수 없이
두고 돌아올 때도 참 마음이 그랬다.ㅠ
그러던 아들이 그 이후에도 여러 어려운 고비,고비들을 잘 넘기고 무사히 졸업을 하고
집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딸은 놀 거 다 놀고 틈틈이 공부해도 졸업걱정 따윈 전혀 안하고 사는데
외국대학은 왜 그렇게 졸업이 어려운지 한국유학생중 겨우 1/3만 졸업장을 땄단다.
아직도 졸업재수중인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뒤로도 편도비행기 티켓만 달랑 끊어서 호주에 가서는 6개월을 살다 오느라 또 고생하고...
참 짠한 구석이 많은 아들이다.
그러다가 지금 집에서 함께 먹고 자며 지내니 그렇게 맘이 놓이고 좋을 수가 없다.
바라만 봐도 저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여태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앞으로도 자리잡을 때까지는 여자친구 사귈 맘이
없다는 아이라서 더 엄마한테 살가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하는 짓이 예쁘다.
내가 출근할 때면 "오늘의 미션(임무)을 주세요"하고는 시키지 않은 일까지 척척 다 해놓는다.
설거지, 빨래, 청소,강아지 산책, 목욕시키기...
날마다 빨래 널고 개키다가 실증이 나면
"아니 어머닌 왜 빨래를 날마다 하시는거야? 덴장" 이러긴 한다.ㅋㅋ
이날 이때껏 저 먹은 수저 하나도 안 씻고
"엄마, 내가 아주 바~~빠" 이러고 내빼는 딸보다 훨씬 더 예쁘다.
이 엄마 힘들까봐 작은 일도 배려해주니 어찌 이쁘지 않으랴~
아빠가 원하는 어려운 자격증공부에 도전하느라 집에서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느라
저도 바쁜데 틈틈이 집안 살림 다 해놓고 강아지도 예뻐하고
틈만 나면 TV '슈퍼맨이 돌아왔다'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아빠미소를
짓는 아들. 나중에 장가가면 좋은 남편, 아빠가 될 것같다.
좋은 색시 만나서 알콩달콩 잘 살면 참 좋겠다.
게다가 나이 먹고도 아직 부모에게서 용돈 타쓰는 게 부끄럽다며
입시학원 파트타임 강사로 취직을 했단다.
국내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아서 중고등학생들을 잘 다룰까?
걱정이 앞서지만
종합격투기를 취미로 한 지 오래라(코치 아르바이트를 오래 함) 몸이 근육질인데
학원측에서 몸만 봐도 애들이 말 잘 듣겠다며 좋아했대서 웃었다.ㅋㅋ
누구보다 마음도 여리고 동안이라 아직도 군대는 갔다왔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정돈데 너무 허물없이 맞먹으려고 하지나 않을는지...?
어느새 저렇게 어른이 되어 자기 앞가림을 하겠다고 하는지
지금은 모든 게 다 기특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