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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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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 이야기3


BY 매실 2014-03-24

우리반은 중급반이라 다들 한국어를 제법 잘 구사하는 편이다. 

 

네팔친구들은 우리나라에 오기 전에 시험을 치르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온 친구들이라 그런지

현지에서는 드물다는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고 인도 힌디어,영어나 일본어까지 할 줄 아는 사람도 있다. 

또박또박 말해주면 농담도 곧잘 알아들어서 수업이 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새롭게 파키스탄 친구와 캄보디아 친구가 한 명씩 왔는데

파키스탄인은 이슬람교도라서 처음엔 좀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알고보니 굉장히 순박하고 착한 사람이다.

"처음엔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좋은 사람이네요"하니

"ㅎㅎ사람들이 저를 보면 다 테러리스트인줄 알아요. 하지만 이슬람에도 좋은 사람,나쁜 사람 다 있어요"한다.

"그렇죠. 한국에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있듯이..."

 

'쓰기' 숙제를 내줬더니 전여자친구 이야기를 써왔는데

한국에 와서 모든 게 낯설 때 친절하게 대해준 한국여자라고 했다.

집에도 놀러갔는데 부모님들도 아주 친절해서 고마웠다고 씌어있었다.

결혼하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이슬람교를 믿는 걸 너무 힘들어해서 헤어지게 되었다고 담담히 말한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탈레반들 이야기도 들은 터라

이 친구는 심성이 착해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슬람 종교까지 받아들이긴 어렵지.

 

캄보디아 친구는 훤칠하고 잘 생겨서 처음엔 손님으로 온 우리나라 사람이거나 선교사인 줄 알았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 '킬링필드'에서 보듯이 키가 좀 작은 편이고 다들 엇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친구는 키가 워낙 크고 날씬한 데다가 우리 기준으로 봐도 아주 미남이다.

자기도 자기가 잘 생긴 줄을 아는지 옷도 셔츠에 자켓 등 모델처럼 잘 입고 온다.

심지어 소화하기 힘든 흰색 자켓까지.

그리고 구사하는 한국어가 예사롭지 않다.

교양있고 점잖은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고급한국어라고나 할까?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성당에 다니면서 캄보디아 말을 할 줄 아시는 어느 신부님에게서 한국어를 배웠단다.

잠시 캄보디아에 돌아가 있는 동안 거기에 진출해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대졸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고, 여기서 취업비자기간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서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고 여간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가난을 극복한 참 기특한 친구다.

뭐래도 하나 더 가르쳐주고 도와주고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내가 "캄보디아 모델인가봐요" 하니까 씨익 웃으며

"선생님, 저를 너무 비행기 태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한다.

허걱, 저런 말까지 어디서 배웠을까?

 

네팔 친구 하난 주로 한국아줌마들과 팀을 이뤄 일을 하는 바람에 아줌마 말투를 잘 구사한다.

"아이고~~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이래서 많은 외국인들에게 "아이고~" 라는 감탄사를 유행시켰다.

나도 따라해보니 말문이 막힐 때 "아이고~" 이거 괜찮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OO,한국에서 안 태어나고 네팔에서 태어나길 잘 했어~.

한국에 태어났으면 키가 너무 작아서 장가도 못 갔어" 이래서 자기가 받아쳤단다.

"아니에요. 나도 이제 알아요. 요거만 있으면 돼요" (돈 세는 흉내를 내며)

아줌마들이 아이고~ 하며 박장대소를 하더라나?

 

씁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웃자고 하는 말이니 일단 나도 따라 웃어넘겼다.

 

'여간'과 '~하지 않다(부정적인 서술어)'가 짝을 이뤄야만 한다니까 네팔사람들이 자꾸 웃는다.

이유를 물으니 '짝'은 네팔말로 '엉덩이'란 뜻이란다.

에고...민망해서 외국어인'셋트'를 이룬다는 단어로 바꿔 쓰게 되었다.

 

어느 나라 말이든지 우리는 좋은 단어인데 상대방 나라말은 민망한 단어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네팔말로 '바부'는 아이들에게 '축복합니다'라는 좋은 뜻이라는데 우린 잘못 들으면 '바보'로 들린다.

실제 이름이 바부인 네팔친구는 처음에 자기를 소개할 때

"저는 바보 아닙니다." 이랬다. 한국사람들이 자꾸 바보라고 놀린다고.ㅋ

 

참, 이 친구는 실제로 네팔에서 잠깐 모델일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훤칠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잘 생겼다.

 

우리반에는 똑똑한 데다 인물까지 훤한 네팔모델, 캄보디아모델

게다가 인도계로 잘 생긴 친구까지 있어 내 눈이 호강을 한다.

애들 말로 안구정화라고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