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길래 어디로 가려고 그렇게 기다리느냐 물으니
두 내외끼리만 유럽에 갈 계획이란다.컥! 부부동반 유럽자유여행이라...
사는 게 특별히 넉넉한 친구는 아니다.
다만 그 신랑이 유난히 여행을 좋아해서 돈을 모으기보다는 여행으로 쓰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일 뿐
아이셋에 맏자식 노릇까지 하느라 살림이 빠듯하지만 5년전부터 월 30만원씩
여행펀드를 들었다고 했다.
여행펀드?그건 여행에 무슨 장점이 있는 종목이니?물었더니
자기네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 뿐 그냥 보통의 적립식 펀드란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때는
종잣돈을 마련해 살림을 불리려는 목적으로 하게 마련인데
그들은 역시 낭만주의자인 모양이다.
5년간 월 30만원이면 원금만 해도 얼마야? 30만원X12X5=1,800만원
그 돈을 순수하게 부부해외여행으로 쓸 수 있는 그 결단이 부러울 따름이다.
"히야...너희는 정말 사람 사는가싶게 사는구나. 우리는 맨날 돈돈돈 하면서 사는데..."
"우리도 마찬가지야~"
"그래도 너흰 잘 다니잖아. 전엔 온가족 모두 다 유럽에 다녀오고"
동창들을 만나고와도 생전 누굴 부럽다거나 비교하거나 한 적이 없는 내가
"너무너무 부러워서 침이 꼴깍 넘어갔어.캬 부러워.."하니
워낙 세계여행에 대한 로망이 많은 것을 아는 남편이 위로의 말을 한다.
"내가 많이 벌어서 나중에 보내줄게"
"그땐 내가 늙어서 다리에 힘 없어서 못가"
"늙기 전에 빨리 벌어서 보내줄게"
"늙기 전에 언제?벌써 늙어가는데. 그리고 여행 좋아하는 신랑이 없어서 언제라도 나혼자
가야하잖아"
"ㅎ나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아"
보내주겠단 말은 고맙지만 그럴 때 같이 가겠단 말을 할 줄 아는 신랑을 골라서 결혼을
했어야하는건데 나는 왜 그걸 간과했을까?
젊어서 해외출장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주변관광조차 하지않고 오는 사람이
나를 못 가게 하지 않는 것만도 감사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