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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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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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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은 싫어


BY 매실 2011-07-03

다혈질에 뒤끝 없는 성격.

바로 내남편의 기질이다.

 

누가 나더러 다시 선택하라면 정말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의 남편을 택하겠다.

생전가야 내가 먼저 싸움을 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면 안 싸우고 다정하게 잘 살 자신이 있는데...

 

아니,다시 태어나면 절대 결혼하지 않고 혼자서 '화려한 싱글'로 살아보고 싶다.

한 번 결혼해서 자식도 낳아 키워봤으니까 싱글로 살아도 충분히 외롭지 않고

행복할 것같다.

 

늘 그러는건 아니지만 가만히 잘 있다가 별일도 아닌 일에 갑자기 욱해서는

자기 분에 못 이겨 그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화가 다 풀릴 때까지

펄펄 뛰는 걸 보면 나는 아직까지도 적응이 안된다.

 

그럴 땐 하지 말아야할 이미 지난 이야기까지 꺼내서 자꾸 반복하거나

할 말 안 할 말을 가리지 않고 다 내뱉으니 문제다.

 

그 순간엔 건드려봤자 더 큰 소리 나니까 내가 참는 게 나은데

그 때 아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꼴도 보기 싫다.

저 인간과 살다간 내가 내명에 못 죽겠다.

어느 시점에 황혼이혼을 해야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 대신 1~20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모드로 들어가니까 나는 그럴 때 덤비면 된다.

분풀이로 최소 3박4일쯤 바가지를 긁는다.

 

마주칠 때마다 눈을 흘겨주고 잘잘못을 콕콕 찍어서 지적해주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주문도 한다.

 

그러면 마치 순한 양처럼 듣는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가보다.

도대체 왜 그렇게 가슴속에 분이 많을까?

날 때부터 문제였냐? 아니면 자랄 때 문제가 있었나?

 

그렇게 수도 없이 겪는 동안 그 때마다 한 가지씩 고쳐지긴 했는데

아직도 안 고쳐진 것들이 많아서 일일이 지적한다는 게 참 힘들다.

지적할 게 한 두가지라야 말이지.

 

만일 누가 실수를 했다면 나같으면 왜 그랬어? 한번쯤 말하면 그 뿐이다.

이왕지사 지나간 일이니 더이상 반복하지 않는다.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남편은 자기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반복한다.

강아지가 다쳤을 때도

왜 줄을 풀어놔서 큰 개에게 물리게 했느냐는 말을 아마 스무번도 더 했을거다.

강아지 다쳐서 슬픈 것에 몰입이 되는 게 아니라 그 말에 질려죽을 뻔했다.

 

그럴 때 말대꾸 해봤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기 때문에

고스란히 참아내야 한다.ㅠ

 

아니 이왕 물린거 뒷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도 바쁜데

이미 엎지러진 물을 주워담을 수 있나?

자꾸 그 말을 반복해봤자 내 기분만 상하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소리 듣기 싫어서 뭐든 솔직하게 의논을 할 수 없다는 걸 모르나?

 

애들이 사소한 잘못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주 질려죽을 때까지 그 때 왜 그랬느냐고 혼을 낸다.

누군가에게 자기 화풀이를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가보다.

 

나한테 그러는거야 내가 싸워서 해결하면 되지만

애들에게 그러면 정말 비교육적이고 인심만 잃는다는 걸 왜 모르는지 원.

 

애들에게 이해심 많고 부드러운 아빠를 못 만들어줘서 내가 미안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애들이 아빠의 그런 면을 싫어해서 슬슬 피하는 것을

엄마인 내가 반대로 너무 자유롭게 키워서 자기만 점수 깎인다고

나를 원망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애들이 다 커서 자기 의사표시를 똑부러지게

하니까 더이상 나를 원망하지 못한다.

 

더 죽겠는 말은, 자기가 악역을 맡더라도 우리애들이 잘 된다면

자기 하나 희생해도 좋다나? 헐~

 

착각도 유분수지. 스무살 넘은 애들 뒤꽁무니 쫒아다니면서 계~~속 잔소리하고

어려서도 하지 않던 공부하란 잔소리까지 하면서 무슨 자기 희생?

 

공부하려다가도 접게 생겼다.

"당신은 부모님 잔소리가 그렇게 좋았수?" 물으니 한 박자도 안 쉬고 "아니" 한다.ㅋ

 

그러면서 자기는 애들 진로도 자기가 미리 다 정해준다.

그래놓고 왜 자기 말을 안 듣느냐고 난리다.

나더러 좀 들볶으란다.

애들 의견은 다 필요없고 걔들이 시행착오를 안 하게끔 해주려는 것 뿐이란다.

 

남의 집에 가선 아주 그럴듯하게 조언도 잘 해주면서

왜 유독 자기 자식에겐 그렇게 너그럽지 못한지.

 

도대체 애들이 생각하고 판단할 시간을 안준다.

 

아버지가 이끄는대로 인형처럼 사는 삶이 뭐가 행복할까?

그리고 그게 정답이기는 할까?

 

어느날 보다 못한 내가 "나는 당신같은 아버지 없어서 참 다행이다" 그랬더니

자기도 알긴 아는지 눈을 흘기면서 웃는다.ㅎ

 

나는 남편이 그렇게 애들에게 시시콜콜 잔소리하는게 정말 적응이 안된다.

옆에서 듣는 내가 가슴이 답답하고 지겨운데 애들이야 오죽하려구?

 

우리 아버진 당신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편이었지 생전가야 잔소리라는 게 없었다.

나는 아마 그런 아버지 스타일을 닮은 모양이다.

엄마 안 닮은 게 천만다행이다.

 

남편은 자신이 얼마나 역효과 나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길래 그러지

알고야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