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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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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싱글(?)


BY 매실 2011-06-30

책을 읽다보니 일본에서 언젠가 발표된 논문의 제목이란다.

 

부모에게서 경제적 자립을 하지 않은 이십대를 일컫는 말이란다.

 

기생충이라는 심한 말까지 썼는데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은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고, 일본 우리나라 동남아시아에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서양이야 스무살이면 대개는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다고 하니

스무살이 넘어도 부모가 간섭하고 도와주고 끼고 사는 우리네 정서를

이해할 수 없겠지.

 

대학도 부모 허리가 휘도록 가르치고, 취업을 해도 지속적으로 용돈을 주고

결혼할 때는 집을 사주고, 신접살림을 다 차려주고

손자 손녀도 다 봐주고,...

끝없이 이어지는 부모의 AS를 그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요즘 들리는 이야기로는 공부를 많이 해서 가방끈이 긴 자녀들 중에서

사회에 나가 돈 버는 일을 두려워해서 집안으로만 파고 들거나

자꾸만 이 공부 저 공부, 공부만을 계속하려는 자녀들도 있다고 한다.

 

취업대란이라고는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저 너는 공부만 해라

힘든 일은 부모가 다 대신해준다는 식으로 키웠기 때문에

자녀들이 공부 외에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란다.

 

그렇담 큰일이다.

부모가 자식보다 더 오래 살 순 없는 노릇이고

돈은 버는 게 힘들지 까먹는건 눈깜짝할 샌데...

 

당장 내자식들부터 다시 한 번 체크해봐야겠다.

지금까지도 허리가 휘는데 어떻게 평생 AS를 해주나?

 

도서관에서 내가 읽을 경제서를 빌려올 때

20대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도 빌려다 슬며시 건네준다.

 

그 속엔 재테크 뿐만 아니라 좋은 말들이 많이 들어있다.

왜 나이 먹으면 부모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해야하는지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있기도 하다.

책 쓴 분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요즘은 빈부격차도 크고 자식들도 겨우 한 둘 뿐이어서

잘 사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의 자식에 대한 AS정도가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니

경쟁사회에서 못 가진 자들이 살아남기가 너무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부모가 능력이 있는 한 얼마간 도와주긴 해야할 것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 중이다.

그래, 대학까지는 내가 가르친다.

대학원? 그건 스스로 벌어서 가든지 아니면 안 가도 좋겠다.

 

보아하니 우리애들은 별로 학자타입도 아닌 것같고 대졸이면 밥먹고 사는덴

가방끈 짧아서 지장있을 정돈 아니겠다.

 

결혼준비?

최대한 서둘러 취업을 하고 번 돈을 착착 모아 재테크를 하도록 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까지 가끔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도 다 모아주려 한다.

그러자면 학비,용돈은 물론 고스란히 내몫이니까 나도 할 만큼 하는 거다.

 

나도 빈손으로 시작해서 온갖 어려움이 많았지만

내자식들에게 필요이상의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려줄 것도 없어서 고민할 것도 없긴 하지만

있어도 너무 많은 걸 물려주면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대신 우리를 부양하라는 부담을 안주면 그것도 보태주는거 아닌가?

 

우리가 빈손으로 독립해 단칸 셋방을 대출받아 얻어 살 때

그래도 대학공부 시켜준 것으로 됐으니 원망은 안 했다.

비록 등록금 대출한 것 너희가 갚으라고 그 당시로선 드물게 학자금 상환내역을

우리집으로 보내셨지만 안 갚았다. 아니 우리가 갚을 능력이 안돼서 못 갚았다.

 

결혼식때 받은 부조금이 엄청 많다고 자랑하셨고 우리 몫으로 들어온 것도

다 가져가셨으니 그것으로 퉁치셨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초라한 결혼반지에,그 당시 유행처럼 남들 다 가는 제주도 신혼여행을 못 간 것은

무척 서운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떳떳하게 자랍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문제는, 자식에게 해준 것이 많은 부모는 끝없이 더 해주려고 애쓰지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부모는 자식에게 바라는게 더 많다는 것을

살면서 두고 두고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결심한 게 내자식들에겐 절대로 저런 부모는 되지 말자는 것.

 

다행히 남편은 부지런한 성격이고 80이 넘게 산다면 그 때까지 절대로 손에서

일을 놓지 않겠다고 하니 건강만 잘 지키면 결심한대로 될 것같다.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면 나는 자식들에게 큰소리 칠 수 있다.

너희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대신 나한테도 잘 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네 앞가림만 잘 하고 살아라~

 

그런데 그것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우리야 부모도 봉양하고 우리 앞가림도 하고 자식 건사도 다 했지만

과연 내자식들이 제 앞가림을 잘 하고 살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