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방학을 맞아 돌아올 때가 되니 좋긴한데
한편으론 아혀...그 지겨운 잔소리가 걱정이 된다.
사실 우리 매리도 잔소리는 싫어하는데....
혀로 핥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매리가 핥거나 걸레질을 하지 않은
베란다로 나가는 것을 못 하게 하는데 이 녀석이 밖에 나가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탓에 내가 빨래 널러 나가면 꼭 잽싸게 따라나온다
그러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언제 그랬냐는듯 곧바로 되돌아서서
거실로 살랑살랑 들어간다.
그런 녀석을 붙잡고 야단을 치자면 이 녀석이 자꾸 고개를 외면한다.
이쁘다 귀엽다 하면서 들여다 볼 때면 눈 마주치고 알아듣는 듯한
자세로 가만히 듣는데 야단을 치는 분위기, 잔소리 하는 분위기면 못 들은 척
고개를 외면하는거다.
첨에는 얘가 왜 이러나 하고 외면한 고개쪽으로 내얼굴을 들이대면
또 반대쪽으로 외면을 하는거다.ㅎ
그래서 알았다.
이 녀석도 잔소리는 싫어한다는 것을.
그러니 사람은 오죽하랴~
그래서 난 되도록이면 애들에게 잔소릴 안하려고 노력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는 여러 번 참다가 한꺼번에 하고 마는 편인데
그렇게라도 안 하면 애가 잘잘못을 모를까봐 그렇다.
그런데 우린 거꾸로 자식이 잔소릴 많이 한다.특히 아들.
가족 중 누군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꼭 손 씻었냐고, 밖에 얼마나 세균이 많은데
손을 안 씻느냐고, 몇 분 이상 씻었느냐고 꼭 물어보고 안 그럼 잔소리가
구구절절 이어진다. 모든 병은 손에서 시작되고 어쩌고 저쩌고....
손만 잘 씻으면 감기도 생전 안 걸릴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화장실 물을 꼭 두 번씩 내리라고(물값은 어쩌고?) 잔소리
칫솔은 깨끗이 헹구어 꽂으라고 잔소리
머리는 감았나 비듬은 없나 검사까지 한다. 미챠~
한 번은 엄마 머리 자주 안 감아서 머리에 비듬 달고 다닌다고 어찌나 뭐라고 하는지...
나 비듬 없는데? 이상하다 하고 만져보니 위에서 버튼을 눌러 짜는 샴푸,린스병 입구에
굳어있던 작은 덩어리가 머리카락 사이에 박혀서 헹구어지지가 않았던가보다.
매일 머리 감는데 나 졸지에 머리 안 감는 더러운 엄마 됐다. 억울하다.ㅠ
아침에 감은 머리를 베갯잇 더러워진다고 저녁에도 꼭 감고 자고
여름이면 낮에 여러 번 샤워할 때마다 머릴 감으니 머리털이 남아나는 게 용하다
저러다 빛나리 될라~
쟤는 머리 하루에 몇 번 감으세요? 이런 질문이 이상할 것도 없다.
머리 잘 안감는 친구들 보면 당장 비눗물 풀어서 박박 감겨주고 싶다나?ㅎ
굳이 틀린 소릴 하는건 아니지만 뒤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잔소리하는건
정말 피곤한데...
저러다 습관돼서 장가 가서도 마누라한테 저러고 따라다니는거 아닐까?
지금도 후배 여학생들에게 일찍 일찍 다녀라 밤길 위험하다
나도 밤이 무서운데 여자애가 겁도 없냐?술 그만 마셔라
어지간히 잔소리 해싸서 별명이 '시아버지'라는데...ㅋ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