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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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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쉬운 일이 아니다


BY 매실 2011-06-24

요즘들어 우리 애와 상담하고 싶다는 부모가 늘었다.

 

매스컴에서 중국어 능통자에겐 취업의 문이 더 넓어졌다든가

대기업 입사시에 가산점이 있다든가 하는 뉴스를 듣고

조기유학이나 대학유학을 시키고자 해서.

 

전같으면 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겠지만

이제 애가 유학6년차에 접어드니 현지에 더 익숙할 것같아서 그런가보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과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거다.

 

한 부모는 그런 말을 한다.

아는 집 아들이 공부를 썩 잘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sky대는 못 가고

그 한단계 아래 학교에 진학했단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학교도 썩 훌륭하다. sky 못지않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sky 아니면 서류전형에서부터 포기해야하는 기업체가 많단다.

하기사 sky대출신 숫자만 수용해도 기업체에서 필요한 인원이 충원될테니까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

 

그럴 바에야 중국에 가서 웬만한 대 나오고 중국어만 잘 하면 훨씬 유리할 거란다.

학점도 안 따지고 무조건 뽑는 걸 봤다며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보내느니 일찌감치 중국으로 보내라고 하더란다.

 

하지만 중국에서 견디기(?)가 무척 힘들다.

공부는 둘째고 생활 자체가 불편하고 학교 시스템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혼자 지내는 외로움을 이기기 힘들어서 중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칠지 어떨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엔 나홀로 유학이었다 할지라도 나중엔 어쩔수 없이 부모 한 쪽이 따라가

기러기 가족이 된다.

 

이젠 한국인 유학생이 너무 많아져서 그들끼리의 입시경쟁도 무척 치열하다.

우리가 이름 아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비싼 사교육도 성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입시준비를 해주는 비싼 귀족고등학교(?)에 가야만 한다.

 

그러자면 중국 물가가 좀 싸다고는 하지만 서울에서 공부시키는 것 이상으로 든다.

 

내아들은 지금껏 나홀로 유학을 해왔지만 말못할 고민이 참 많았다.

애가 공부보다 다른 여타의 것들을 너무 힘들어해서 달래고 어르느라...

 

친구들은 나중에 부모가 따라가거나, 중간에 돌아오거나, 아니면 거기서 아주 풍족하게

누리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거나...

 

우리는 그냥 애가 방학에 들어오면 최대한 잘 대해주고

개학이 가까와오면 비가 왕창 내려 비행기가 안 떴으면 좋겠다고 징징거려도

저 좋아하는 음식이나 먹여서 달래 보내곤 했다.

 

마음같아선 따라가서 밥해주며 보살펴주고 싶지만 생업이 있으니 내가 따라갈 수도 없고.

 

가고나면 수시로 통화해서 고민을 들어주고

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융통해서 애가 불안하지 않도록 해주었고

학용품이나 옷이 필요하다면 사흘이 멀다하고 국제택배를 보냈다.

 

그나마 지리적으로 가깝길래 망정이지, 먼 나라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까지 그저 몸으로 때우며 견딘 내아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우리집의 작은 기적이다.

 

내성적이고 예민한 딸을 제 오라비에게 함께 딸려보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걔를 보냈더라면 중간에 어찌됐을지 모르겠다.

 

또 그 나라는 대학졸업 자체가 너무 힘들다.

입학은 많이들 하는데 지금껏 졸업했다는 선배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그저 과정 수료만 하고도 졸업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수재들인 중국아이들과 유학생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 한국아이들의

실력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점수를 받는건 꿈도 못 꾸고 그저 합,불합격을 가지고 온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그런 사정때문에 우리나라 회사 입사지원시 학점을 안 보는 것같다.

중국어를 배워 잘 구사하고, 일단 졸업장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성적표를 보는 것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으니까.

 

중국어가 그렇게 대단하다거나 우리나라 기업이 필요이상의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

 

그 부모에게 말해줬다.

여차하면 따라가서 뒷바라지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돈으로라도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보내도 좋지만, 아이 혼자 가서 잘 견뎌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길 바란다면

국내에서 부모품에 데리고 있다가 웬만한 대학 보내는 목표를 세우는 게 훨씬 더 안전하다.

고등학교때 보내도 힘든데 중학교부터 그 오랜 세월을 지내려면 더 깊이 생각을 해봐야한다.

 

따라갈 수도 없고 돈으로 해결할 정도로 여유롭지도 않기 때문에 생각을 더 해봐야겠단다.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요즘은 공부를 많이 한다는데

내딸만 그런 것인지 우리 두애들을 비교하자면 내딸은 공부를 설렁설렁 하는 것같은데

아들은 아주 목숨을 걸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년을 올라갈 수 조차 없다.

게다가 아들은 영어,중국어 두 개 외국어를 동시에 해야하니 얼마나 공부분량이 많을지

안봐도 훤하다.

 

어떤땐 참 안된 생각이 든다.

멋낼 시간도 없고 여친 사귈 시간도 없이 그렇게 매달려도

언제나 학점 빵꾸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으니...

 

방학에도 영어, 중국어책을 싸가지고 와서 보충을 해야만 다음 학년을 따라갈 수 있다고 한다.

전공심화로 인해 3학년이 가장 어렵다고 하니 3학년을 무사히 잘 넘기기만 하면 졸업이 눈앞에

보일 것같은데...

 

공부는 그렇다치고 대학생이 되어도 외로움을 견디기가 힘든지

자살하는 아이들도 가끔 있다. 

 

그냥 되돌아오면 될 것을 왜 죽기까지 했을까? 너무 안타깝지만

오랜 우울증 때문이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빠진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