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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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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별


BY 매실 2011-05-26

지인의 스물 다섯살 난 따님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젊은이의 장례식은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럽고

자식 잃은 부모를 어떻게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지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나도 또래의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남의 일같지 않고 얼마나 마음이 안 좋던지...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서 중환자실에서 말 한 마디 못 하고 꼬박 한 달을 그렇게 있다가

당연히 곧 깨어날 줄 믿고 기다리던 가족들을 뒤로 하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황망했을까...

 

세상에서 자식을 가슴에 묻는 부모처럼 가슴아픈 이가 또 있을까?

문상객들은 다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영정사진은 학사모를 쓰고 멋진 포즈를 취하고 찍은 졸업사진이었다.

얼마나 예쁘고,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 많은 나이인가?

저 사진을 찍을 때는 어찌 감히 그 것이 영정사진으로 쓰일 줄 짐작이나 했을까?

 

†성도 아무개...

빈소에서 고개숙여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누구보다 건강하게 잘 자라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차라리 집에서 시름시름 앓기라도 했다면 진작에 무슨 검사라도 해서

대비를 했으련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좌석에서 쓰러져서 다들 자는 줄 알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로 종점까지 가서야 기사가 깨우다가 알아챘다니

이미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위험하다고 했다.

 

버스 종점이 있는 시골의 작은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하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다시 옮겼는데...그 때까진 나이가 젊으니까 금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끝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아들도 하나, 딸도 하나, 정말 귀한 자식인데...

아빠는 해외출장이 잦아서 1년이면 반은 해외에 살아서 그 예쁜 딸 얼굴도

실컷 못 보고 살았는데...얼마나 낙담한 표정인지 무어라 위로의 말도 안 나왔다.

 

"남들은 결혼식장에 초대를 하는데, 이렇게 장례식에 초대를 하고 있으니 아혀

이게 무슨 일이야...." 말을 잇지 못하시는데 듣는 우리도 기가 막히다.

 

몇 살 터울의 오빠도 애써 참고는 있지만, 문상온 친구들을 따라나가

한참을 엉엉 울다 들어오더라고 했다.ㅠ

 

그래도 엄마는 오래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이라 역시 남다른 모습이었다.

정말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우리 00가 천국으로 갔는지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갔어요.

우리딸이 천국에 갔는데 내가 울 이유가 없지요.

나에게 이렇게 평안한 마음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내가 더 위로를 받는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날씬하던 몸이 그간 마음고생으로 불면 날아갈듯 더 야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낯빛으로 오히려 문상객을 위로하는 엄마의 모습이라니....

 

마음이 아파서 가만히 등을 쓸어드리고 손을 잡아 드렸다.

 

나같으면 하나님 너무 하신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기만 할텐데

저렇게 대단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놀랍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난 그 엄마처럼 될 자신은 없다.

나는 아직 멀~었나보다.

 

많은 사람들의 위로를 받고 예배로 마음을 다스린다고 해도

이후에 가족들만 쓸쓸히 남겨졌을 때, 딸의 방을 정리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야만 할까? 내가 할 수만 있다면 함께 해드리고 싶고 무슨 말로라도 위로를

해드리고 싶지만....그저 엎드려 기도만 할 뿐...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집에 돌아와 내딸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다시 올려다보게 된다.

말 안 들을 때는 그렇게도 밉더니만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괜히 눈물이 나려한다.

자식에게 잘 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을 하게 된다.

 

그 엄마는 그렇게 이쁜 딸을 이제 다시는 못 보고 겨우 사진으로만 볼 수 있을텐데

앞으로 남은 수많은 날들을 어찌 견디며 살까? 얼마나 보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