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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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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밴댕이 속알딱지


BY 매실 2011-05-16

나는 동서를 둘이나 거느린 맏며느리다.

시부모님이 다 돌아가셨으니 남편이나 내가 부모 대신인 셈인데...

 

내자식들이 이십대 중반을 향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언젠가는 나도 며느리,사위 볼텐데....그래서 마음을 더 넓게 써야하는데...

 

열 두살 띠동갑 막내시동생과 동서를 보면 세대차이가 나는건지

내가 샘을 내고 있는건지 도무지 분간이 안가지만 아무튼 생각차이가 너무 난다.

 

나는 이십대 중반에 시집을 왔는데 너무나 완고한 사고를 가진 집안이라

시부모와 내남편이 모두 합세해서 나를 뜯어고치려고 달려들었다.

 

날마다 잔소리하고 또 하고...

 

나도 그닥 앞서가는 성격이 아닌데다 옷차림도 튀는건 절대 입고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소심해서 언제나 평범한 차림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서(?) 미혼모 같아 보인다고 뽀글이 파마를 하라고 날이면 날마다

닥달하는 시어머니는 내가 무릎이 살짝 보일락 말락한 치마만 입어도 난리가 났다.

 

실제로 큰동서가 처음 시집와서 무릎 살짝 나온 정장 치마 입고 왔다고

유부녀가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화난 시어머니가 머리 싸매고 누웠다.

 

그 일로 나만큼이나 옷차림이 보수적인 동서가 더 충격을 받았다.ㅎ

 

몸매가 드러나게 몸에 붙는 옷은 절대 입지 못하게 했다.

나도 날씬하긴 했지만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S라인은 아니라서) 붙는 옷은

사절인데도..

 

내가 과감한 옷차림을 하는 여자였다면 이 집에 시집올 수도 없었을거다.

 

옷차림만 얘기하자면 이 정도지만 다른 생활습관이나 언행, 행동거지, 몸가짐에 대한 것은

잔소리가 더 심했다. 한마디로 내 자유가 없었다.

딸이 없는 집안이라 그런지 여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너무 없었다.

 

그런 시어머니가 지금까지 살아서 막내며느리를 봤어야 하는데....ㅎ

 

시동생은 생김새 만큼이나 내남편과 다르다.

마음이 너그럽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잘 하며 남의 생각을 잘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착하다. 절대로 남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막내동서는 저 하고 싶은대로 다 해도 남편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평소에도 옷차림이 너무 과감하다 느끼고는 있었지만

처음으로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하는 경조사에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을 때

우리는 다같이 입을 딱~ 벌렸다.

 

덩치가 크고 살이 쪄서 기둥같은 허벅지에 팬티가 다 보일 지경의 초미니 스커트

요즘 말로 하면 하의실종....ㅠ

 

어쩜 색시를 그렇게 해서 데려올 수 있는지,그렇게 하고 시집행사에 가는데도

전혀 제지하지 않은 친정어머니와 시동생이 더 대단하다.

 

아마 내남편 같았으면 아예 홀랑벗고 빤쓰만 입고 나가라고 펄펄 뛰었을거다.

 

비교적 과감하게 자기 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스무살 내 딸도 작은엄마를 보자 허걱~하고

입을 딱 벌렸다.ㅋㅋ

 

내아들은 못 봤길래 망정이지 봤으면 어른이 저게 뭐냐고 더 난리가 났을거다.

알고 보면 걔는 나보다 더 보수적일 때가 있다. 아버지 닮았나?

 

그건 그렇고,

동서는 덩치도 크고 나이도 벌써 서른 중반인데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이라 그런지

신랑에게 어찌나 징징거리며 매달리고 응석을 부리는지....

 

만일 내가 시어머니라면 남편 좀 그만 들볶아라~그러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해보지 못한 것 때문에 샘을 내고 있는 것같다.

저나 나나 같은 집안의 며느리이긴 마찬가진데 왜 이렇게 다른가에 대한 질투심

내가 그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부터 참고 인내하며 살아온 삶이 억울하다는 느낌.

 

나도 남편에게 투정을 부려보았다.

"나는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너무나 젊고 귀여운 나이를 힘들게 살았어.

당신도 잔소리 엄청 하면서 나를 힘들게 했잖아"

 

"젊고 귀여운 나이?ㅎㅎ"하고 웃는다.

이제 내남편도 나이가 들어 좀 부드러워졌고 늦게 시집온 제수씨들의 훨씬 더

철없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는지 나에게 좀 너그러워졌다.

 

사실 남편도 점잖은 시아주버니 노릇하느라 잔소리 하고픈걸 많이 참는다고 했다.ㅎ

한숨을 푹푹 쉰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아랫동서를 질투하는 맏동서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좀 더 너그러워지고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데

자꾸만 동급으로 비교하고 샘내는 나...

 

그들이 내 아들 며느리라면 좀 더 이쁘게 봐줄 수도 있을텐데

시동생이고 동서라서 내가 은근히 경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분명 그들이 잘 하는 것도 있는데 자꾸만 잘못된 것들만 크게 보이니 말이다.

 

내가 동서들에게 맏동서 시집살이는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결심대로 하려면 두 눈을 질끈 감아야할텐데...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