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마는 내가 어렸을적 격었던 전형적인 장마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지구의 환경 파괴로 여름장마가 변질 되었던것이 오래전인데
오랜만에 장마라는 이름이 딱 어울리는 비가 내리고 있는것이다.
사나흘 줄기차게 쏟아지다가 빨래 말리라고 하루이틀 해가 나고,또 다시 쏟아지기를반복하는데~~~
이젠 그만 그쳤으면 좋으련만 장마가 끝난다는 얘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으니
비를 즐기는게 내 신상에 좋으리라.
어젯밤 비가 잠시 삐끗하게 그쳐길래 우산 한개를 챙겨 남편과 산책을 나갔다.
도로 군데군데 고인 물을 피해서 걷는 재미가 그리 나쁘지 않아 장릉쪽으로 방향을 잡아
눅눅한 공기를 벌름거리며 걷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퍼붓기 시작한다.
우산 한개를 가지고는 둘이서 택도 없는 지경이라 가까이에 있는 교각 밑(도로 위로 높이
38국도가 지나가고 있다.)으로 피해 들어 갔지만 워낙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옷이 젖는다.
그래도 조금 비가 수그러 들때까지 기다리다가 바람이 잦아 들기에 집쪽으로 방향을 틀어
인도를 걷는데 지나가는 차가 일으키는 물보라에 옷은 젖고, 다시 거세지는 비바람에
웃옷까지 젖으면서는 옷 젖는것을 즐기면서 일부로 차도 물골로 걸으며
어린시절 비 맞던 추억을 떠올려 끼룩거리며 즐거운 기분에 휩싸인다.
처음 조금 젖는것이 느낌상 싫은거지 아예 흠뻑 젖으면 시원한게 발바닥에 닿는 물감촉
그리고 젖은 어깨로 또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이 찰싹거림으로 속살대는 것 같은 그 시원함!!!
집에 도착 했을때 울 두내외는 속옷까지 젖어 있었지만
모처럼 어린 날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택배 속에 넣은 편지를 읽고 아들이 답장을 보내 왔는데
제 앞날을 걱정하는 에미에게 이미 십년의 계획을 세워 스스로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내용이다.
야! 이놈아!
부모가 네 바라지 할 수 있는 시간은 군 제대 후 3년을 생각하고 있는데~~~
10년 계획이 부모가 바라지 할 시간을 뜻하는것은 아닌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