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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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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BY 라니 2010-12-09

역시나

난방기 돌아가는 소리에 흔들리는 가짜 나뭇잎, 걸쳐진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졸고 있는 한 쌍의 백 문조 소리,

어제와는 영 다른 오늘이다.

아마도 오늘이 어느 중학교 시험 마지막 날인가 보다.

내일도 시험이 있다면 11시를 조금 넘긴 지금 아이들이 줄이어 들와야 맞는 것이다.

도서관 안에 작은 규모의 공부방이 함께 있는 이곳은 중 고교 아이들 시험기간이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나고 퇴근 시간이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한꺼번에 몰려나온 아이들이 같은 학교 아이들과 서로 번호를 상의하고 입실증을 받고 공부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 놓고 외출기록장에 "집" 이라고 써놓고 나갈 때까지 한바탕 소란이 일고,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와 함께 들어오고 같은 걸 두세 번 반복하면 공부방 좌석은 거의 다 차고, 이젠 밖에 열람실에 자리를 하나씩 채워가고 잠시 뒤 그 자리마저 다 차고 나면 이젠 무리지어 화장실 들락이는 아이들과의 2차전이 시작된다.

학창시절에 나도 화장실 갈 때 꼭 친구랑 함께 다녔던 기억이 있어 여학생들이 둘 셋 함께 움직이는 건 어느 정도 봐줄 만하다.

그러나 남학생들이 무리지어 화장실에 가고 무엇을 하는지 한 칸에 두세 명 씩 들어가 한참동안 나오질 않고, 화장실 입구에서 여학생 남학생 어우러져 시끄럽게 웅성이고 실랑이 피우는 것은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망각한 행동처럼 보인다.

이럴때 평정심을 잃기 쉽다.

엄마가 아닌 도서관 직원으로만 아이들을 보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 이럴 땐 엄마감정이 더 앞서는 것 같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집에서 엄마에게 듣는 지들이 말하는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하려고 심호흡을 하고 말을 입안에서 한번 되뇌어 보고 웃는 얼굴로 다가가면 낯익은 아이들이 알아서 움직여 주면 얼마나 고마운지..

그러나 하루가 지치고 어지러워도 그렇게라도 아이들이 도서관에 북적일 때가 좋은 데,

오늘 나의 기다림은 별소득이 없이 끝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