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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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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171


BY 미르엔 2013-03-11

아내의 친구 남편.

그러니까 그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랑 나이가 같아는 이유로

친한 친구처럼 단둘이 만나 서로 술잔도 즐기고

안부도 자주 주고 받는다

 

물론 일년에 한번정도 가족동반으로 만남을 갖거나

여건이 되면 여행도 가곤 한다

 

몇일전 저녁 술한잔 하자고 하여

아내의 친구 남편과 나는 단둘이 친구처럼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냄새가 쿨쿨나는 홍어를 씹으며 인생의 고달픔을 하나둘 털어놓고 있었는데

그 아내의 친구 남편이라는 사람은

가진것도 많고, 물려받은 것도 많고, 하는 일도 그럭저럭 잘되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기회에 외제차를 하나 장만하려고 시승도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초라해지는 내모습이 떠오르기 전에

이런 사실을 알게되면 아내가 또 얼마나 마음 상해할까?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어찌보면 아내는 그런일도 상처받을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겨우 눕기만 하는 작은 방에 아이공부방도 없이 지내면서

하루하루를 생활비로 걱정만 하게 하는 현실에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내 친구의 남편인 그 사람과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타야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나는 투덜투덜 뚝방길로

남모르는 눈물을 훔쳐내며 그렇게 늦은 밤을 걸어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마침 그날은 날씨좋은 토요일 휴일이었다

골목 한켠에 세워진 십수년된 나의 차를 가서보았다

그동안 기름값이 무서워 타지도 않고 겨우내내 주차만 해놨더니

꼬랏서니가 지금 나의 형편이랑 비슷했다

차도 임자를 잘못만나 겨우내내 추운 밖에서 눈맞으며 지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

세차를 하고나니 지난밤 무거웠던 마음이 후련해진다

 

결혼하면서 지금까지 나를 임자로 알고 같이 지내왔던

아내랑 차를 생각해보니...

내가 로또가 된다고 해도 아직은 멀쩡한데...

평생을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멀쩡하지 않더라도 나와 함께해온 정으로

한평생 더 행복하게 달려보자는 생각이 든다

 

 

정으로 산 십수년으로 오늘도 끈을 놓고 있지 않는

아내와 차에게 감사한 마음 하나 올려놓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