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을 세운 겨울 추위가 왔다갔다하는 사이
내겐 가을이란 단어만 남기고
너무도 버거운 겨울의 초입에 서서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 두어시간의 잠으로 버티면서 투잡을 하면서 지냈던 지난 시간도
이제 일거리조차 없어져 또 다시 알아봐야만 하는 입장에서
일곱살짜리 아들녀석과 놀아줄 시간도 없이
아내와 나는 올 겨울을 그렇게 동장군과 싸우고 있다
십여년만에 다시 일을 시작한 아내에게 주말은
얼마나 피곤하고 기다렸던 시간일까?
그런데도 나만 피곤하다는 식으로 자꾸자꾸 짜증만 밀려오다보니
죽도록 사랑해도 늘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내에게 조차
짜증섞인 목소리로 주말 아침을 시작했다
기분이 상한 아내는 아들과 함께 외출을 했고
얼마전 세간살이를 줄여 이사를 한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는 난
아직도 이 공간이 낯설고, 내 존재감도 낯설게 느껴진다
따듯한 햇살보단 겨울 찬바람이 더 많이 들어오는 이곳에서
나는 가족을 사랑하며 살아갈 지혜를 찾아야 할텐데....
또다시 바깥 겨울바람에 화장실문이며 집안의 창문들이 동시에
덜컥덜컥...합창을 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