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이 들었던가 싶은데...
아들녀석이 배위에 올라 타서는
뽀뽀를 하고, 내 젓꼭지를 손으로 만져대면서
" 아빠 9시가 다 되었다~ " 라면서 난리를 쳐댑니다
주방에서 아내의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던가 싶은데
" 식사해요 "라고 말을 건넨다
또 오늘은 내게 어떤 하루일까를 생각하면서
천근만근... 아니 그보다 더 무거운 눈을 비벼대며
식탁에 앉아 숫가락을 집어드는데...
달랑 김치하나에 누룽지를 끓여놓은 작은 밥그릇이
아침식탁의 모든 메뉴였습니다
" 새벽까지 일하며 피곤할텐데.. 누룽지로 속이나 풀어요 "라며
아내가 말을 건냅니다
남들이 보면 정말 초라한 아침식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 남편의 속을 잘 알고 있는 아내의 아침준비에
또 한번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뜨겁고 구스한 누룽지를 한술떠서
훌훌 불어대며 시원한 김치에 아침을 대신한 오늘이지만
정말이지 속이 후련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입이 깔깔하여 가뜩이나 어찌 아침을 먹을까 했었는데...
비록 누룽지에 김치 하나였지만
내겐 그 어느때보다 더 크게만 느껴지는 진수성찬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