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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114


BY 미르엔 2011-05-13

식사 후 아들과 놀아주고 있는데

과일을 준비해서 아내가 내어 놓는다

 

파인애플이다

새콤달콤함에 대한 기대심리로 보자마자 입안에 침이 가득 고여든다

한입 베어물어보니 역시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바로 그 신선한 맛이다

요즘 과일은 정말이지

하나같이 보기도 좋고, 맛도 어찌나 그리 달고도 신선한지...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과 과일서리를 하기 위해서

낮부터 미리 탐색을하고 작전을 짜고, 저녁 해질녘에 모여서

미리 계획했던 작전대로 서리를 하다가 들켰던 기억이 난다

 

잠시나마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 자긴 언제 첨으로 파인애플을 먹어봤니? " 라고 아내에게 묻자

" 글쌔 잘 모르겠는데... "라고 아내는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대꾸를 합니다

" 그런 자기는 언제였는데~? " 라고 아내가 묻는데...

더듬더듬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어린시절에는 파인애플이라는 과일을 몰랐었던 기억이다

대학입학하고 어쩌다 맥주집에서 과일안주를 시키면 그때 나왔던 것이

난생 처음보는 그리고 말로만 들었던... 파인애플과 자몽이 있었던 생각이 든다 

 

하긴 내가 중학교 때...  그러니까 아마도 80년대 초반쯤에

초등생이었던 동생녀석이 친적집 결혼식에 가서 바나나를 처음보고는

너무도 많이 먹고 배탈설사로 고생을 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 때는 왜 그리 과일도 흔하지 않았었던지...

 

" 아들 넌 정말 복 받은 줄 알아야 해~ 요즘 정말 많이 좋아졌어~ 예전에는.. " 이라고

말을 좀 하려는데 아들녀석이 말을 내 말을 짤라 먹으며 한마디 한다

" 에~이 아빤 또 옛날이야기 할라 그러지? 나도 다 알아~ " 라고 한마디 한다

 

어느덧 과일접시에 딱~ 한조각의 파인애플이 남게 되었는데...

서둘러 아들녀석이 포크로 찍어 들고는 아내의 입에 넣어주며

" 엄마도 언제 첨 파인애플 먹었는지 잘 생각해봐~ " 라며

" 난 엄마 옛날 얘기가 더 듣고 싶단말이야~ " 라고 애교를 부린다

 

아들녀석에겐 익숙한 과일 파인애플

내겐 아직도 물건너온 낯선 과일 파인애플이

잠시나마 어린시절 잊혀진 기억을 꺼내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