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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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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모릅니다 - 113


BY 미르엔 2011-05-12

청소기를 돌리는데 뭔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

작은 구슬이나 쇠붙이 같은 것이

청소기를 통해 빨려들어가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아직 아들녀석이 어리다 보니

장난감 조각이라던가 또는 불필요한 쓰레기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넘기면 마음이 편할텐데...

이상하게도 괜시리 불길한 느낌...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그런 느낌입니다

 

" 자기 또~ 귀걸이나 반지 같은 것 아무곳에나 놓은 것은 아니지? " 라고

아내에게 넌즈시 물어본다

" 왜~? 난 이젠 그런것은 절대 바닥에 놓지는 않거든요~ "라고 아내는 말한다

오래전에 이런 경험이 몇차례 있었기에, 아내는 청소기가 닿는 곳에는

가급적이면 귀중품을 놓지는 않는다

 

아무일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청소기를 다 돌리고 났는데도

좀전에 청소기에서 들렸던 그 둔탁한 소리가 자꾸 내 마음을 끌어 당기고 있다

 

찜찜한 것 보단 좀 번거로와도 확인을 해보는 것이 속이 편할듯 싶은 생각에

청소기를 열어 먼저가 가득 쌓인 곳에 손을 넣고 만져보고

그래도 부족한 느낌에 비닐봉지에 내용물을 쏟아 본다

 

그놈의 둔탁한 소리의 정채가 결국은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들녀석이 애지중지하는 레고블럭놀이의 한조각이 굴러 나온다

사소한 레고블럭의 한조각이긴 하지만

아들녀석에겐 가장 소중한 요즘 즐기는 놀이의 하나가 레고조립니다

그렇다 보니 사소한 조각 하나라도 없어지면 완성이 되질 않기에

그 어떤것보다 아들에겐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들녀석이 큰일날뻔 했다며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아내 또한 잃어버린 금반지를 찾은 것보다 더 크게 기뻐한다

 

" 담부턴 내가 청소기를 돌릴때 무엇을 분실하더라도 책임지지 않을테니

  아내와 아들 둘이서는 명심하도록 해~~ " 라고  각별하게 주의를 준다

 

" 청소기 한번 돌리고는 너무 큰소리친다~ " 며 아내는 뭐라하고

덩달아 아들녀석도 엄마편이 되어 나를 탓하며 놀려댄다

 

그 잘난 레고조각 하나 때문에...

청소기를 돌리고도, 분실할 뻔한 레고조각을 찾아주고도...

공없는 소릴 들어야만 하는 난처한 입장에서도

그저 나도 모르게 웃음만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