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길
아는 분과 식사겸 간단한 반주를 하고서
집으로 향하는 그 길...
지하철에 하루의 무게를 싣고서 맞은 편의 창으로 비치는
약간은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바지호주머니에서 드르르르~~ 핸드폰의 울림을 느끼고
내 핸드폰으로 날아든 문자를 확인한다
" 들어오는 길에 구구콘이랑 꼬깔콘 좀 사다줘요~ "
저녁 9시가 넘어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달콤한 뭔가를... 먹고 싶다는 아내의 문자다
구구콘은 분명 아내의 주문이고, 꼬갈콘은 아들녀석의 주문일게다
세상의 모든 아빠가 그렇겠지만
술한잔 하면 자는 아이도 깨워가며 꼭 끌어안고픈 마음이 든다
그런데 아직도 잠을 자고 있지 않은 아이를 빨리 안아보기 위해
그리고 아내가 먹고싶다는 것을 사다주며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기위해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마음이 바뻐지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안사온 것처럼 검은 비닐봉지를 문앞에 두고
슬적 들어서니.... 아내와 아들의 눈은 나의 얼굴이 아닌 나의 손에 시선이 먼저 간다
" 잉~ 문자 못봤어~? " 아내는 실망스러운듯 한마디 한다
" 너무해~ 너무해~ " 아들녀석은 울상이 되어 곧 눈물이 흐르려 한다
나의 퇴근이 반가운 것이 아니라, 한 집안의 가장이 돌아오길 기다린 것이 아니라
마치 먹을 것, 저녁 군것질만 기다려 온 사람들 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 ㅜㅠ 이~~ 짐승같은~ "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간 웃음을 보이며
검정 비닐봉지를 가져다 건네주자
시들어가던 우리집 화초들이 환하게 웃는 순간~
이천원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가족의 행복을 찾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