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래방이나 단란주점과 같은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내는 늘상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나 또한 그런곳에 드나드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부득이하게 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들끼리 노래방을 가는 것조차 꺼려하는 나를 알기에
가끔은 아는 이들과 술한잔 하고 노래방을 다녀와도
일차는 소주, 이차는 맥주한잔 하다가 늦었다면
나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아내입니다
게다가 요즘같은 어려운 현실에 그런곳에 갈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지금 내 신용카드의 사용목록에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잘 알고 지내는 지인과
노래방에서 사용한 거래내역이 적혀 있습니다
한두푼도 아니고 십몇만원이 적혀있는 카드영수증을 보노라니
이돈이면 아들녀석이 갖고 싶다던 신발이며, 장난감이며, 봄 옷이라도
하나쯤은 사주고도 남을돈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너무도 미안함에 그리고 조금만 더 참았으면 하는 아쉬움에
스스로 속죄하듯 주말을 보냈습니다
스스로가 십몇만원에 덜덜 떠는 쪼짠한 사람이 되어버린 현실보다도
언제나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가족에게 미안함이
더욱 스스로를 속상하게 만드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