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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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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엄마, 중환자실로...


BY 박시내 2011-10-09

끝이라는게 과연 있긴할건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 끝이라는게 내 삶의 끝을 의미하는건 아닐까?라고도 생각했었다.

 

엄마를 보며, 난 끝을 가늠할수도, 예상할수도, 아니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굳이, 내 친구의 시어머니의 예를 수시로 머리에 재입력하며 견디고 있던 차였다.

 

친구 시어머니는 내 엄마와같은 치매로서, 십년을 침대에서 대소변을 받아내고, 죽을 떠먹이는 상태로

 

있다가, 구십이 넘은 2년전쯤엔 콧줄을 끼운상태로 여전히 살아계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앞으로 십년은 아무 꿈도 꾸지말고 조낸 견디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달전쯤부터 엄마의 인지력이 좀 더 안좋아지면서 죽을 떠먹이는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입을 벌리질못해, 죽 한숟갈 입에 넣으려면 온갖 재롱잔치에, 협박에, 난리를 쳐대야하니,

 

죽한번 먹이고 나오면 목구멍에 김밥한덩이가 걸린것처럼 숨이 막히는거였다.

 

그러더니, 보름전쯤, 물을 먹이다가 사레가 걸린것이다.

 

입안에 물이 들어있는지조차 인지가 안되니, 질질 흘리기도 하거니와, 아무생각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다 기도로 넘어간거겠지..

 

사레가 심하게 걸려 - 온 몸에 힘이 없으니 기침조차 제대로 할 수없으니 -  거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까지 갔었다.  얼굴은 씨뻘게지고, 호흡도 거의 할 수없고, 모든 가족은 죽을맛이었다.

 

다행히 2~3분만에 진정이 되었고,  물을 제대로 못 먹인 이삼일... 단박에 소변색이 찐해졌다.

 

몸이 붓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저께, 엄마는 입에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켰다.

 

그저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2분여동안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축 쳐져 잠만 자던 엄마는 저녁이 되니, 괜찮아졌다.

 

침대를 올려앉혀, 죽을 먹이려니, 물조차 넘기지못하고 또 사레가 걸렸다.

 

어제 아침, 급기야 병원응급실에 실려갔다.  이때만 해도 의식(그래봤자, 치매환자의 의식)

 

이 있고, 항상 중얼거리던 대사를 중얼거리고, 응급실에서 링거를 꽂을때에도 "아야..아파!"라고

 

하기도했었다.   CT를 찍고, 엑스레이, 소변검사, 채혈검사... 하는중에 또한번의 경련이 있었고

 

엄마는 의식을 잃었다.  아무리 주사를 찔러도, 몸을 꼬집어도 반응이 없다.

 

CT사진엔, 뇌출혈이었다. 뇌의 3분의 1에 피가 고여있었다.

 

병원에서는 응급으로 뇌수술을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수술중에 죽을 수도 있고,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다른 대안은?  그저 내버려두는것!

 

2시간후에, 두번째 찍은 CT에서는 뇌출혈의 정도가 더 심해져서 이젠 절반이 넘게 피가 고여있다.

 

엄마는 중환자실로 올라갔다.  호홉도 원활하지못해 기도삽관을 하였다.

 

팔에는 어느새 주렁주렁 6개의 링거가 매달렸다.

 

그리고 오늘!

 

중환자실면회를 가서 어제 그 상태의 엄마를 봤다.

 

온몸이 하얗게 질려있는 엄마,  의사는 헤모글론수치가 낮아 수혈을 하겠노라고했다.

 

편하고 깊게 잠들어있는 엄마.

 

그 동안 잠도 짧막짧막 자고, 깊게도 못 자던 엄마였다.

 

치매가 그런거였다.  며칠을 안자도 쌩쌩한 치매.

 

너무 편해보이는 엄마.

 

내가 편해진다는 위안일까?

 

좀 울컥했지만, 내 스스로 너무 가증스럽다.

 

아니, 여지껏의 마음 그대로 가기로 했다.

 

울음따윈 없을것이라고 다짐한다.

 

온 방안을 헤집어 찾으려했던 사진한장 찾듯,

 

엄마와의 좋았던, 따뜻했던 기억을 찾으려

 

내 온 마음을 헤집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직, 아버지도 남았고, 아직 갈 길이 남았고

 

여전히 난 혼자이고

 

약해지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