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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BY 박시내 2011-04-21

한 엄마가 있어,

 

그녀는 너무 자존심이 강했지.

 

유년시절의 가난함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결혼하여 남편의 냉랭함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자식들이 그녀의 기대를 못미치는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고,

 

고개를 돌리는곳마다, 기억  저편부터 이편까지가 모두

 

자존심 상하는 일 투성이었지.

 

마음속은 지옥인데, 그래서 하소연이라도 실컷 해댔으면

 

좋으련만, 그녀는 이 속마음까지 남이 알게 될까봐서

 

그것조차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

 

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땐 속 마음과는 전혀 다른 가면을

 

써야만 했고, 그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처난 자존심을

 

집에서 쏟아붓는것으로 치유하려고만 했지.

 

남은 남일뿐,, 지친 가족들은 모두 떠나가버리고

 

스스로 상채기내기 바빴던 그녀의 자존심은 이젠,

 

그녀의 영혼 속엔 없어져 버렸지.

 

자신과 자신이 낳은 소중한 자식들에게 말못할 상채기만

 

남긴채......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생각을 왜 못했을까?

 

왜 자신을 학대하고, 자식들을 학대하고, 미쳐갔어야만

 

했을까?

 

자존심이라는게 그렇게도 중요했을까?

 

열등감이었을까?

 

무엇이 그리 만들었을까?

 

난...........

 

내 가정, 내 아이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한데...

 

이혼의 유혹과 싸우면서 지켜온 내 가정, 내 아이들.

 

난........

 

나도 때론 무너지는 자존심때문에 휘청거리지만

 

나 만의 문제로 간주하기로 한 이상, 내 가정,아이들에게

 

상채기를 안 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글쎄......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날 또다른 시각으로 보겠지.

 

 

난........

 

내 엄마가 얼른 하늘나라로 갔으면 하는게 소원이다.

 

썩을대로 썩은 고인물을 내 기억속에, 내 감정에서, 내 일상에서

 

쏟아버리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