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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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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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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유감


BY 박시내 2011-01-19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야한다"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다.

이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기에...

 

아가씨적엔 옷을 사러가도, 마네킹에 입혀져있는 옷을 가리키며

"저 옷 입어봐도 되죠?" 

그냥 척척 맞았던 옷들이었다.

상체빈약, 하체비만인 내겐 옷을 고를때 싸이즈때문에 곤란했던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낳고 12키로나 불어난 몸은 - 그것도 삽시간만에 - 재앙이었다.

첫아이를 낳고 가물치를 고아먹은게 큰 화근이었을까?

젖도 안먹이던 난 입맛이 돌아서 닥치는대로 먹어댔다.

사실 아이를 낳고 퇴원할땐 무려 10키로나 빠져서 집으로 돌아왔었다.

5키로정도만 부은몸을 간수하면 아가씨적 모습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한번 불붙은 입맛은 사람을 아귀로 만들어버렸다.

하루에 롤케이크 한덩이와 오렌지쥬스한병을 먹어치웠고, 빵을 사러가서도 단팥도너츠를

그 자리에서 서서 두세개를 아구아구 먹었다. 집에 갖고가서 먹기까지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엘비스가 도넛때문에 그리도 살이 쪘다는걸 알지만, 도넛의 유혹은 너무 컸다.

지금 단팥도넛을 생각하면, 으이그...니끼해... 달아.. 골땡겨.. 김치생각나...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삼겹살의 유혹..

결혼전 친정에선 고기종류를 잘 안먹었다.

삼겹살이라고는 구경조차 못했을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는 가끔 김치찌게를 끓이기위해 사는줄

알았다. 

오로지 생선만 즐겨먹는 친정이었다. 

"너는 젓가락으로 밥을 세고 앉았냐?"라던가, "참 복없게도 밥을 먹는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회사를 다니며 회식때 처음 접했던 삼겹살문화는 그야말로 써프라이즈!였다.

그리고 결혼하니, 시집은 친정과 달리 고기를 즐겨먹는 집이었다.

삼겹살에 파절임에 양파, 마늘구운걸 상추에 싸서 입이 찢어져라 집어넣고는

볼때기의 살이 이렇게도 늘어날 수가 있구나를 시험하며 먹고,먹고, 또 먹는다.

잘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덩어리감은 혀에서 느끼는 맛과는 또 다른 기쁨이다.

건강에 좋다며 삼십번이나 씹어야한다는둥해가며  입에서 이미 액체화된것을 삼키는건

먹는기쁨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을수가 없을땐, 슬쩍 "형님 위청수 있어요?"  "응, 있어"

난 안심스럽게 목구멍까지 차오를때까지 먹고, 먹고, 또 먹는다.

그러니.. 몸뚱이는 착실하게도 진실하여, 남는 것을 차곡차곡 내몸에 쌓아가는거지..

지금 먹는게 맛있으면 백프로 살이 된다.

그게 김치하나 밥하나라도 말이다. 

밥을 먹으며 밥그릇의 밥이 수저질할때마다 줄어드는게 슬픈적이 있는가?

밥먹다가 잠깐 일어났다 앉았는데 내 밥그릇의 밥의 양이 도둑맞은듯 확~줄은게

화가 난적이 있는가?

몇개월만에 난 큰아이를 임신했던 만삭의 몸무게가 되어버렸다.

이젠 마네킹의 옷이 맞지않을뿐만 아니라, 백화점 진열대의 옷들조차 기웃기웃할 자격조차

없게 되었다.  "맞는 싸이즈 없어욧!!" 앙칼진 목소리는 모멸감을 지나,나로 인해 자기네 샵의

물을 흐리는 존재감마저 느끼게 했다.

30대초반의 난 50대가 입을 마담기성복을 입어할 몸이 되어버린것이다.

살을 빼야지..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햇다. 보름만에 관뒀다.

에어로빅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주일만에 그만뒀다.

갑자기 독한맘을 먹고 광기어리게 뛰다가 관절을 다친것이다.

집에 런닝머신을 들여놨다. 전광판에 3키로 찍는것도 고역이었다.

빨래건조대로 전락한 런닝머신.

한때 유행했던 미모미모..기억들이 날런지. 

자빠져서 다리만 올려놓고 움직이는 기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절대 운동이 안될꺼라 보지만, 뭐래도 믿고싶었다

그리고 종*당 다이어트.  저녁밥대신 이상한 맛의 가루를 흔들어 먹는것.

일주일도 못먹고 싱크대구석에 쳐박아놓고,, 

한의원에 찾아가 귀침도 맞았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점점 미쳐가는걸까?  난 밥상에 앉아 한 손엔 비닐봉지를 들고앉아

맛있게 씹은 음식을 뱉는다. 씹고 뱉고, 씹고 뱉고..

화가 난다. 화가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는것이다.

내 몸에도 화가나고, 입을 다스릴 수없는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음식에게도 화가나고, 그러다보니 아이에게도 화가나고, 도무지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게된다.

황제다이어트라고 찐계란만 먹는것.

그것도 소금없이, 블랙커피와 함께.. 이것또한 미친짓이다.

삼일째에 가서는 계란만 쳐다봐도 토가 쏠린다.

 

살이 찌니 게을러지고, 나가면 자신감이 없으니 나가기도 싫어지고,

친정에 가면 "넌 어떻게 네몸을 그렇게 되도록 놔두니?"하는 엄마의 잔소리

엄마는 단 일키로만 늘어도 난리를 쳐대곤 했다. 동네를 뺑뺑이를 돌고, 무엇땜에

일키로가 붙었는지에 대해 결국 알아내어 항상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으니까..

그렇게 그렇게 30대를 보낸것같다.

걸어야 살이 빠지고, 걸어야 건강해지고, 걸어야 뇌도 건강하다는것쯤은 잘 알지만

세상에서 가장 하기싫은게 걷는것이니,,원

 

원래 난 삐쩍마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형제들 모두가 비쩍 말랐고, 그렇게 말랐을땐 그런 이유가 있기도 했다.

다들 성질이 급하고, 성격은 모나고, 까칠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유한 구석이 없는것이다.

그리고 노인들이 마른건 더 보기 안습이다.

 

갑자기 뚱뚱해지니 임신도 안되더라.

7년만에 가진 둘째.

막 임신했을때의 몸무게와, 만삭일때의 몸무게가 거의 같았다.

지독한 입덧,, 과일만 먹고싶게 입맛이 변했다.

사실 첫애땐 입덧이 없었다. 남들은 토하고 난리라던데, 살짝 '나도 입덧이 뭔지 알고싶네!'

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둘째때의 입덧은 내가 내던 샘처럼 토하기도 했다.

"아싸,, 아기를 낳으면 십키로가 빠지니까 됐다!!" 하며 아이를 낳고 퇴원을 했지만

뭐야.. 3키로밖에 안빠졌다. 말이 돼?  아이가 3키로가 넘고, 쏟아진 양수가 일키로는

될것인데,, 뭐야.. 배도 그대로구.. 수술할때 잘못해서 거즈를 넣고 꼬매기도 한다더니

혹시 링겔병하나를 통째로 넣고 꼬매버린거야???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원래상태로 돌아가질 않는 이치이다.

둘째는 착실히 젖을 먹였다. 15개월까지 먹였다.

그리고 집안에 그늘이 지니, 자연 입맛이 떨어지고, 입맛이 떨어지니, 먹는게 살로 안가고

자연 살이 빠지더라. 

밥이 꿀인줄 알았는데, 밥이 굵은 모래알이 되어버린것이다.

씹어도 씹어도 모래알이고, 목구멍이 터지게 삼키고도 행복해하던 그 목구멍이

이젠 작은 내용물조차 껄끄럽다며 난리를 쳐댄다.

 

많은 30대 아줌마들이 살이 쪄서 고민이란 말을 많이 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천하장사처럼 힘이 세야하기때문에 조물주가 그리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입맛이 좋아서 고민이란 말을 많이 한다.

한편에선 입맛떨어지는 약까지 비싸게 사서들 먹는다고 한다.

 

살을 빼기위해 별의 별 짓거리를 다 해봤지만

서두에 쓴 진리외엔 없다는걸, 겁나먼길을 돌아돌아 제대로 알게된것이다.

"이건 다리미야 뜨거우니까 만지면 안돼"  난 '만져봐야 뜨거운걸 안다'가 정답인것같다.

 

이젠 낼모레 오십, 살때문에 고민은 없다.

이 나이에 가장 적당한것같다.  더 빠지면 얼굴은 어찌하라고?

진구를 데리고 산책을 몇달간 정해진시간에 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3키로나 빠졌다.

집에만 있다보니, 거울도 잘 안보게되고, 더더군다나 몸무게도 안잰다.

이젠 "살"이 화두가 아니라, "건강"이 화두가 된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