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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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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다.........


BY 박시내 2010-12-04

도무지 김치를 사다먹는 돈을 댈 수가 없는것이다.

우리식구들은 김치로 만드는 음식을 좋아하기때문이다.

그리고.. 대충 얼렁뚱당 해먹기 쉬운게 바로 김치로 만드는 음식이기도 하다.

김치찌게, 김치볶음밥, 김치깔고 꽁치조림, 김치부침개. 김치넣은 비빔밥. 김치깔은 돌솥비빔밥...

그러니..

만칠천얼마하는 김치한봉지사봤자, 찌게한번끓여먹구 어쩌구하면 금방 들어뻥이다.

한달에 김치사다먹는 돈이 십만원이 넘는다.  돌은거지?

 

나도 김치를 담굴줄은 안다.

결혼전까지 엄마를 도와서 김치를 담구는것을 구경(?)했으니까..

결혼하고나서 바로 그 해에 김장을 담군다며 호들갑을 떨었었다.

당시엔 김치냉장고가 없었다.

친구가 굴박스에 넣으면 좋다는 말에 그렇게 했다가 김치가 다 쉬어버리다못해 골마지까지

앉아버렸다.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몇번 김치를 담궜으나, 배추를 못저려서 자꾸만 망했지뭐야.

어떨땐 너무나 저려져서 껍데기밖에 안남은 김치...ㅠㅠ

어떨땐 너무나 안저려져서 김치가 밭으로 가려고 하고..ㅠㅠ

그래서 포기했었다.

담구면 뭐해.. 냉장고에서 숙성발효를 거쳐 쏟아버리는게 일이었는데..

 

입맛이 까다로운지, 김치는 종가집김치가 제일 좋다.

양반김치는 싱겁다.

하선정김치는 배추가 영~아니다.

풀무원김치는 배추도 별루이고, 짜다.

종가집김치는 배추도 아삭거리면서, 안익어도 맛나고, 쉬어도 맛나다.

몇달전엔 종가집김치공장 견학도 다녀왔더랬다.

코에 바람도 넣고, 김치도 주고, 점심밥도 주고. 공장도 구경하고.. 신났지뭐. ^^

 

암튼 오늘,,난 30키로의 절임배추로 김장을 했다.

지금 난 어깨에 칼을 세개나 꼽아놓은것같다. @@

종가집절임배추를 20키로를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고,

재료를 사러 이마트엘 갔는데, 그곳에서도 종가집절임배추를 파는것이다.

하....욕심도 많아서리.. 

김치를 담궈봤어야,  감이 오지. 인터넷에서 적어간 레시피대로 무우를 샀다가

아.......식빵같으니라구..  김치속이 모자라서 결국 몇포기는 대충썰어서 맛김치를 만들었지.

세상에......얼마나 잘 저려지고, 맛있는 절임배추가 왔는지, 거기다가 깨끗하기까지..

김치담구는게 실은 배추를 절이는 과정이 너무나 힘든일아닌가!!

아따.....옛날에 울엄마는 배추를 한접을 사다가 김장을 담궜었다.

배추도 왕창 큰것으로다가.. 그걸 네등분을 하면 속을 넣어야할 배추가 자그만치 사백개다!

밤에 절이고 자는데, 새벽에 두번정도 나가서 뒤집고, 아침일찍 씻는거다.

얼마나 힘이들면 "미주알이 다 빠지게 생겼다!" 하며 끙끙했었지..

그 말은 아마 항문이 빠진다는 뜻 아닌가?

 

절임배추로 김치를 담구니, 한결(아니 두결세결...) 쉽상이다.

그러나...김치를 담구고나서 어지러진 풍경을 보니, 그 길로 집을 뛰쳐나가고 싶을정도..

채반, 소쿠리, 다라이, 도마,칼, 뚜껑열려있는 각종 양념통들, 여기저기 튀어있는 김치국물,

이참에 수육까지 먹겠다고 나선 이 집의 남자들땜에 큰솥엔 고기가 끓고, ..........

진구는 마루에서 지랄거리고있고... 분명 부엌에서 맛있는 고기냄새가 쩌는데, 부엌에 들어오면

죽인다고만 그러고들있고.................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으로 3통이 김치다. 그리고 그보다 작은 통으로 맛김치 한통.

맛있기만 하면 되는데..... 백일기도라도 해야하나, 108번 절이라도 해야하나..

 

다 치우고, 샤워까지 끝낸 지금 난 너무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