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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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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력이 딸려서!


BY 박시내 2010-10-24

37세에 둘째 아들을 낳은 나는

 

큰아들에게 실패(?)한 모든것을 만회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었다.

 

난, 결혼도 늦었고, 큰아이역시 남들보다 늦게 낳았으니,

 

이 녀석만 잘 키워야지 하면서 여느엄마들 못지않게 별의 별짓을 다했었다.

 

세살때부터 신기한 아기나라를 시작으로 하여, 온갖 학습지를 바꿔가며 시켰고,

 

좋다는 학원과, 좋다는 대학병설유치원까지...

 

학교들어가기전엔 마트같은곳에서 쉽게 살 수있는 학습지들까지 사다놓고

 

아이를 아주 귀찮게 달달 볶아댔었다.

 

그렇지만, 울 큰애는 보란듯이  글자도 다 띄지도 못하고 학교에 들어갔다.

 

왜? 도대체 왜? 난 항상 의문이었다.

 

학교에 들어가서 역시 학교생활이 순조롭지 않았다.

 

숙제도 잘 안해가려했고, 글씨는 엉망이었다.

 

난 밤을 새워가며 뭘 만들었는데, 이게 뭔고하니..

 

열칸노트에 프러스펜으로 점을 찍어서 동화책을 베껴썼다.

 

말하자면 예쁜글씨쓰기 프로젝트였다.

 

친한 학부모친구가 놀러와서는 "와..내 딸 이거 시킬래..복사하고 돌려줄께"

 

하고는 빌려가기까지했다.

 

그러나, 정작 내 아들은 첫장부터, 징징거리고, 연필을 부러뜨리고, 목이 메어

 

"이거 안했으면 좋겠는데... 이거 하기 싫은데..."

 

이틀을 잠을 줄여가며, 점으로만 쓴 노트인데.. 내가 봐도 예술 그 자체인데..

 

첫장의 두줄도 못써,,아이는 온몸을 비틀어대고, 아주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이..美親놈아.. 그렇게 하기싫으면 하지마!!" 고래고래

 

악을 쓰며, 노트를 뺏어서 머리몇대 때리고 박박 찢어버렸다.

 

늘 이런 식이었다.   숙제를 시키려들면 책을 두고왔단다..그래서 학교로 도로

 

보내면 함흥차사... 그래서 뒤따라가보면  학교가는길의 문구점앞에서 남들이 하고

 

있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있고,  일일이 준비물을 챙겨주지않으면 절대로 준비물이

 

있단 소리를 안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기 보름전부턴, 전지를 몇장 사다가  매직으로 요점을

 

크게 정리해서 거실 벽에 쭉쭉 걸어놓고, 읽어보라고 하고, 하다못해

 

독서퀴즈대회라고 열리면 -  학교에서 지정해준 3~4권의 책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함  -

 

너무나 책을 건성으로 읽어버려 뭐가뭔지 하나도 모르는 녀석에게,,난 또 전지를 사다가

 

한권한권 나올만한 문제를 20문제씩 뽑아서 거실에 붙여놓고 아예 외워라..했었다.

 

그래서 은상을 받게도 해줬었다.

 

시험보기전에 문제집을 사다가 페이지 윗부분마다 날짜를 적어주고 풀어보라고 주면

 

항상 답지보고 베끼려들고, 답지를 싱크대, 세탁기안,,냉장고,,등등 감춰도 어느틈에

 

찾아내서 답지보고 베끼고,,  정말이지 답이 없을정도였다.

 

중학교 1학년때까지, 전지에 요점적어 붙이는것을 계속했었다. 

 

중학교에 가니 전지로 해결이 안될정도로 범위가 많아버린 과목들..

 

특히 사회과목의 지도는 몇장을 그려야만 해결되는것들..

 

다른과목은 스프링노트에 네가지색의 중성펜으로 요점정리를 깔끔히 해서 손에 쥐어줘도

 

휘리릭 훑어보고는 다봤단다..   너무나 엄마의 성의를 무시하는 처사였다.

 

과학같이 외워야하는게 많은것은 아예 애기들 그림책처럼도 만들어서 줘봤다.

 

구멍을 뚫어 펼치면 볼 수있게하여 호기심으로라도 보지않겠나, 싶어서..

 

이웃 한학년아래 학부모 엄마는 침을 질질 흘리며, 학년이 바뀌면 이것들을 얻어가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진짜 별의 별짓을 다했었다.  문제집을 풀라고 하면 자꾸만 휘리릭이다.

 

그래서 아예 옆에 앉혀놓고 문제를 읽어준다, 지문도 읽어준다.

 

지루할까봐 구연동화하듯 읽어준다. 아이 눈치살피며 읽어준다.

 

그리고 답이 뭐냐고 고르라고만 한다. 아이는 게슴치레 답을 찍는다.

 

그렇게 중1때까지 했었다.  가방들고 학교는 이 녀석이 다니지만 정작, 엄마가

 

뒤에 있는것이었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열한시만 되어도 꾸벅거리며 졸면, 난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가

 

산책을 시키고, 그래도 졸려하면 평소엔 못하게 하는 크레인뽑기도 시킨다.

 

그러면 잠이 확 깨니까..그러고 들어와서 또 문제집을 읽어주며 풀리는거였다.

 

수행평가 숙제또한 엄마가 다해바쳤다. 왜냐하면 이녀석은 도통 잘 해가려는 맘조차

 

없고, 초등학교때부터 입버릇이 "안해가도 돼"  "나말고도 안해온 애들 있어"..

 

정말이지 속이 터져서 환장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때 이미 ADHD진단을 받긴했지만, 엄마로서 받아들이기 싫은거였다.

 

너무나 정상인데,,왜? 왜? 

 

근데 아이는 그것빼고는 정말이지 착하고, 예쁘고, 내 맘에 쏙 드는걸.

 

맘이 여리고, 엄마 위할줄도 알고, 동생도 잘 돌보고, 집안형편어려운것을 잘 알아

 

이것저것 사달란말도 안하고, 잘 참고, 그야말로 베리굿인것이다.

 

암튼 중1때부터 난 포기했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계속 그러다간

 

내가 죽던가, 내 아이를 죽일수도 있을것 같았다. 정말!

 

근데, 너무 웃긴건, 학교에 상담을 가니 (중2때) 담임이 말하길

 

우리애가 너무나 성실하다는것이다. 선생님들한테도 인사를 잘하고 심지어

 

한 선생님을 복도에서 열번을 마주쳐도 열번 인사를 한다는것이다.

 

내입으로 내아들 험담을 조금 하다가, 이상한 엄마보듯하는 선생님과 뜨악하며

 

눈이 마주쳤다.  글쎄...설마...성실? 뭘보고?

 

 

난 둘째를 임신하고선 십자수에 열을 내고 (십자수가 태교에 좋다고해서)

 

피아노도 열심히 치고, 예쁜 그림과 책도 보고, 과일도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그 둘째가 벌써 11살인데,  이 녀석한텐 큰애에게 한 짓(?)의 백분의일도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너무 힘들기때문이고, 이젠 김이 새버린것이다.

 

둘짼 형과 달라서 욕심도 많고, 감투병도 있고, 칭찬듣는것에 혈안이 되어있는데

 

그래서 형한테 하듯 해주면 너무나 좋아라하며 잘 따를텐데, 이젠 내 몸도 몸이지만

 

그리고 내 열정이 남아있질않은거다.

 

'얘도 곧 시험인데 전지사다가 요점적어 붙여주면 좋을텐데...'

 

'문제집 사다가 날짜적어주면 이 녀석은 풀고있을텐데...'

 

'저번에 과학에 대해 물어보던데, 그거 설명해줘야하는데..'

 

이건 다 잠자리에 들어서 비몽사몽간 생각하는거다.

 

 

큰애한테 너무 쏟아부었기땜에 이제 남은게 없는건지,

 

그런게 다 필요없다는것을 무의식중 의식(?)하는건지,

 

아님,,귀찮음으로 인함인지 - 이게 정답인걸 뻔히 알면서 ㅠㅠ -

 

오늘도 난 둘째한테 소리만 지른다.

 

"숙제 다 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