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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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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싫어,,,


BY 박시내 2010-10-18

 

 

 

이 집은 오래되어서 집안밖으로 벌레가 많다.  그중 압권이 귀뚜라미와 곱등이다.

 

난, 차라리 쥐는 안징그러워도 벌레는 정말 싫다. 심장마비에 걸릴듯이 싫다.

 

지금은 나의 단도리로 집안에 벌레가 거의 없지만, 예전에 내가 어렸을땐  귀뚜라미와

 

돈벌레는 수시로 보였다.

 

그럴때마다 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않았다.

 

"야.. 야살좀 그만떨어라. 네 덩치에 가당치나 한줄아냐? 벌레보고 징그러워하는것도

 

가녀린여자애들이나 어울리는거야.."하며  징그러워하는 내게 소리치곤했다.

 

지금도 가끔 곱등이가 마루에서 발견된다. 

 

벌레만 보면 소리지르는 나 때문인지, 내 두아들역시 벌레를 보면 급흥분을 한다.

 

며칠전 곱등이 한마리가 마루에 나타났다. 

 

우리집에서 벌레를 보고 손으로 때려잡는 사람은 할아버지(울 아버지)밖에 없다.

 

작은 아들놈이 할아버지를 애타게 불렀으나 곱등이는 유유히 냉장고밑으로 피신한 후에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온거다.

 

"냅둬라.. 저 밑으로 들어간거 어떻게 잡냐"

 

언젠가는 거기서 나올 벌레땜에 나와 울 아들들은 머리가 곤두서버렸다.

 

아들두놈이  저 벌레를 꼭잡아야한다며, 후레쉬랑, 옷걸이랑, 테이프랑 총동원해서는

 

옷걸이를 쭉 펴서 테이프를 거꾸로 감아, 냉장고밑을 훑어서는 드뎌 곱등이를 잡았다.

 

근데 곱등이를 잡는 과정에서 두놈이 얼마나 욕을 해댔는지., 암튼 지들이 알고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해버린것같다.  아마도 곱등이는 욕을 너무먹어 죽은것같다.

 

아버지는 "네가 벌레만 보면 난리를 치니까 네 새끼들까지 병신을 만드는거야"

 

라고 한다.

 

그래도 울 아버지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다.

 

처녀적, 12시넘어까지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었는데, 뭔가 내 몸을 스치는느낌. 그런데

 

파리가 기어가는것이랑은 차이가 나는 서늘함.. 벌떡일어나서 불을 켯는데..허거거걱

 

내 베게위에 가운데손가락만한 돈벌레가 앉아있는거였다.  저놈이 내 몸을 기어다닌거였다.

 

난 심장이 멈추고, 곧 죽을것만 같았다.  이미 숨도 안쉬어지는 상태로, 온몸의 털은 곤두서고,

 

등허리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귀에선 싸이렌소리까지 울리는거였다.

 

지금 문을 열고 난리를 치면  엄마가 오밤중에 잠깨웠다며 사람을 잡아먹을텐데.. 그렇다구

 

마루에 나가 자려니, 마루역시 벌레들이 당연히 있을테고, 진짜, 자살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었다.

 

난, 아무래도 저놈을 내가 죽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내방에서 가장 큰 책인 국어사전을 집어들었다

 

하늘높이 쳐든 손과, 무릎꿇은 다리, 그렇게 난  몇분을 그 상태로 있었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저 돈벌레는 아직도 베게위에 있는데,  난  도저히 이 국어사전을

 

던질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분명히 실패할게 뻔하고, 그러면 저 괴물은 장농밑으로 유유히 들어갈

 

것이고,  난  이 밤을 쭈구리고 앉아  괴물이 들어간 장농밑을 쳐다보며  하얗게 새워야할거이니까..

 

난 땀을 닦고 아버지를 깨우러갔다.  그 당시 엄마와 아버지는 각방을 썼었다.

 

아버지방문을 열고 아주 작은소리로 "아버지이..아버지이..." 그때가 12시 45분쯤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가 다행히도 금새 깨어주셨다... "왜?"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내 입에선 이 말밖엔

 

안나왔다. 

 

비몽사몽 아버지는 내방에 와서는 방문열리는 느낌에 베게에서 내려와 방바닥을 기고있는

 

다리가 만개가 달리고, 시속이 광속에 가까운 저 돈벌레를  맨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가운데손가락만한 돈벌레가 3등분이 되었고,  그 괴물은 3등분인채로 각자 도망을 치고

 

있는거였다.     휴.......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기억되는거땜에 뒷통수가

 

자꾸만 스멀스멀 거린다.

 

 

얼마전 곱등이가 일간검색어 1위를 했었다.

 

아파트에 살땐 곱등이며, 귀뚜라미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는데

 

20년가까이만에 다시 단독을 살다보니, 온갖 벌레땜에 하루에도 몇번씩 식겁을 하고

 

벌레더듬이 비슷하게생긴 실보푸라기만 봐도 움찔한다.

 

남들보다 내가 예민하긴 한가보다.  난 잠자리나 나비도 싫다.

 

곤충이라면 다 싫은거다.  차라리 쥐는 봐줄만하다.

 

내가 다닌 중고등학교는 오래된 건물이어서 가끔 쥐가 출몰했다.

 

그러면 애들은 의자나 책상위로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유일하게 나만 의자에 앉아, "쥐가 어디있는데?" 하며 고개를 숙이고 찾아댔었다.

 

 

모든 여자들이 벌레를 징그러워하겠지?

 

벌레와 맞닥뜨리면 다들 어떻게 대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