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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아들


BY 박시내 2010-10-02

울 큰 아들은 지금 고2다.

 

이 아이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 한켠이 싸~하니 아프다.

 

임신한걸 알았을때부터 지금까지...

 

신혼땐 모두들 집안 인테리어에도 힘쓰고, 깔끔하게 해놓고 살지않는가?

 

어느날 올캐가 조카둘을 데리고 집에 놀러왔다. 아들만 둘인 올케는 애들을 막 놔서 키우는 성격.

 

두살터울인 애들은 고모집에 와서 극성맞게 놀고있었다.

 

쵸코렛을 잔뜩 뭍힌 손바닥으로 테레비젼도 문지르고, 벽도 문지르고, 과자를 물고다니며

 

줄줄 흘리고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던 신혼의 나는 미칠지경이었다.

 

올캐는 펑퍼짐하게 앉아서는 수다를 떨고만 있었다

 

나는 부리나게 저녁준비를 하면서 계속 눈으로는 아이들을 쫒아다닌다.

 

그러다가 호박을 썰다가 그만 엄지손가락을 심하게 베어버린거다.

 

피가 철철,,, 온 몸의 피가 베인상처로 몰리는 압박통증..

 

급하게 약국에 가서 마이신과 항생제를 사먹었다.  며칠간 복용...

 

그러고나서 알았다. 임신이라는걸..

 

종일 울었다. 약을 먹었으니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나 건강하게 태어난 아들..  얼마나 예쁘던지,,

 

울 아들은 눈이 왕방울만했다.   쇼핑을 나가면 사람들이."어머..얘 눈좀봐,,예뻐라.."

 

늦게 결혼해서 낳은 아이라, 난  이 아이만 예쁘게 키워야지..하며 정성을 쏟았더랬다.

 

아이가 여섯살이 되고, 난  이 아이한테 큰 죄를 짓고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형제를 안 만들어준죄,   나중에 부모가 죽고난뒤  혼자가 되게만든 죄..

 

"엄마가 동생 만들어줄까?"  하면 여지없이 화내고 울던 녀석.

 

"동생 필요없어.  갖다 버릴꺼야!  누나만들어줘...징징징"

 

딸을 갖고싶은 개인적인 욕심에 임신을 해버렸다.   그러나 또 아들.

 

병원에서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걸 처음 본 큰 아들은 엉엉 소리내며 울면서..

 

"내가 그럴줄 알았다.. 아기만 예뻐할 줄 알았다..엉엉"

 

"그러면 어떻게해..아기 배고픈데..?"

 

 

큰아이는 태어나서 초등학교 1학년초반까지 외아들로 자기만 아는 성격으로 자라질않았던가?

 

옷도 꼭 백화점에서 마네킹에 입혀놓은 옷만 사입히고, 브랜드 따져가며 사입히고, 남들이 입었던

 

옷은 안입히고 왕자대접하며 키웠었다. 

 

그러하게 경제적으로도 되었을때였으니까.....

 

이상하게도 둘째가 태어나면서 집안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기시작한다.

 

남편이 놀음이며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급기야 별거를 하면서  나는 돈을 벌어야만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나지만,  한가롭게 미술렛슨갖고는 세명이 먹고살기엔 빠듯했다.

 

난 정수기회사에서 필터도 갈고, 정수기도 팔아야하는 직업을 갖게된다.

 

이제 막 돌을 넘긴 작은 아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일을 다녔다. 큰아이는 초등2학년.

 

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엔 큰애가 놀이방에 가서 동생을 찾아다가 봐야만 했다.

 

덩치가 작은 형은 (지금도 작다)  자기 키만한 유모차를 끌고 놀이방에 가서  동생을 유모차에

 

앉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우윳병에 우유를 따라서 손에 쥐어주고는 토닥토닥 재운다.

 

마루에서 엎어져 자는 날엔  이불을 갖고 나와  동생을 굴려 이불위에 눞히기도 하는 자상한 형.

 

2학년이라도 학교를 일찍 들어갔기땜에 여덟살인 큰 아이는 벌써부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동생을 본 큰아이가 일학년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나보다.

 

도무지 산만하고, 주의력부족에. 과행동장애까지..

 

학교담임이 불러서 가니, "병원에 데리고 가보세요"

 

수업중에도 밖으로 나가니까, 선생님입장에선 힘들었나보다.

 

하긴 학원마다 이구동성으로 "아이가 자꾸 나가요, 물먹는다고 나가고, 화장실간다 나가고..

 

그럴때마다 다른아이들한테 지장이 있네요"

 

결국 큰 아이는 ADHD진단을 받았다.

 

실은 내게도 잘못이 있었다.  

 

남편이 속을 썪이니, 자연스럽게 아이한테 화풀이를 해댄것이다.

 

산만하고 일을 저지를때마다 때리고, 욕하고, 악쓰고...의 반복.

 

남편도 일부러 나를 골탕먹이는것이라 생각이 들고.

 

아들도 일부러 나를 골탕먹이는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악을 쓰며  갖다 버리겠다고도 했고, 버리고 도망가겠다고도 했다.

 

울면서 매달리는 애를 밀치고 밖으로 뛰어나오는 엄마...맨발로 울면서 따라나오는 아들..

 

나는 차에 시동까지 걸고 차문을 잠궈버렸다.  아이는 필사적으로 백미러에 매달리고...

 

난 유리창문을 열고 아이 손을 때린다. 

 

아들은 항상 엄마가 자기만 버리고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부터 얌전해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죽하면 일년에 한번씩 다니러오는 언니가.."얘가 왜 이렇게 변했니?  꼭 귀신둔갑한것같아..

 

그 개지랄떨던 그 애 맞니?..."

 

그 뒤로 큰 아이는 수시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항상 두통을 달고 사는 아이 (지금도 후딱하면

 

두통약을 찾는다.)

 

별거2년만에 다시 합쳐서 살게되었다. 

 

우린 이제 빈털터리나 다름없어졌다.

 

남들은 세간을 넓혀가네,, 뭐를 새로 장만하네... 하지만 우리는 도리어 세간을 좁혀가며

 

있는것까지 버려야만 했다. 

 

물건에 대한 집착..  이게 완전히(?) 없어질때까지의 기나긴 여정. 버리고 또 버리면서 받아야

 

하는 고통.   

 

갖고 싶은것을 참아야하는 고통,  

 

사치는 생각도 못한다. 단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만 허락이 되는 이 현실... 고통이었다.

 

 

어떻게 겨우 남게된 상가의 작은 점포에서 난 미술학원을 차렸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필요없으니까 그냥 버는대로 내가 가지면 되는거라 시작은 했지만

 

벌이가 그리 좋지못했다. 

 

반찬값이나 보태고, 애들 학원비나 보탤까..가  아닌 거의 실 수입원이나 마찬가지라 힘이

 

들었다.  

 

그리고 동네가 동네인지라 (경기도의 한 구석의 작은 아파트촌)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뻑뻑한 동네.

 

주민의 반이 노인들.. 그리고 결혼한지 십년미만의 신혼들...

 

그냥저냥 세월만 흐르고,

 

작은 아이는 엄마가 미술선생님이라 어깨가 으쓱하며 다니고 거의 골목대장수준..

 

큰 아이는 항상 조용하다.  아기때였나..... 집에서 미술렛슨한다고 앞집아줌마한테 맡겼는데

 

"얘 이상해.  놀이터 데리고 나가면  또래애들이 많이 나와있거든?  근데 다른아기들은 서로

 

모여서 놀려고 하는데 얘는 저기 혼자  뒤돌아않아서 놀더라.."

 

아기때부터 혼자있는걸 좋아했던 큰아이는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적이 거의 없다.

 

친구네에도 거의 안간다.   친구가 찾아와서 벨을 누르면 "나, 좀있다 엄마랑 어디 가야해"

 

하며 따돌려보낸다.     자기는 애들이 집에 놀러오는것도 싫고,  자기물건 만지는것도 싫단다.

 

4학년때 사귄 친구하나.. 얘가 유일한 친구,  비슷한 처지의 친구

 

이 친구는 6학년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혼자 아들만 둘을 키우며 힘들게 살고있다.

 

근데 이 친구의 심성이 어찌나 좋은지.. 공부는 못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넒은지, 아마도

 

울 큰애는 이 친구한테서 아빠같은, 또는 형같은..또는 엄마같은 그런 느낌을 받지않았을까?

 

친구를 잘 사귀어야한다는 말이 진짜 중요한 말이란걸 실감한다.

 

 

울 큰애는 엄마를 끔찍하게 생각한다.

 

항상 엄마먼저..다.   하다못해 밥을 먹을때에도 반찬이 조금 남으면 엄마 먹으란다.

 

동생놈이 홀랑 가져가려하면 "불효자 쩐다.."

 

친척한테 용돈을 받아도  엄마 가지란다.  동생놈은 숨기기에 바쁘고  절대 안준다.

 

동생놈은 고리대금업자다.   돈이 갑자기 떨어져서 만원을 빌리면 하루에 이자가 천원이란다.

 

그래서 만원을 갖고있던 녀석이 어느날 큰 부자가 되어있다.  얘 돈을 잘못빌렸다간 나중에

 

장기라도 팔게 생겼다 (ㅎㅎ)

 

 

작년인가..  여름방학때 큰 애는 학교수업때문에 매일 학교에 갔다

 

어느날 화실에 돌아온 애가 얼굴이 빨갛게 익었고, 땀으로 머리가 다 젖어있었다.

 

원래 귀가시간보다 한시간반이나 지나있었다.

 

"놀다왔니?  애들이랑 축구라도 한거야? 왠 땀을 이렇게 흘려?"

 

말 못한단다... 그러면서 "엄마가 뭐라고 안한다고 약속하면 말해줄게"

 

"알았어"

 

학교에서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또 버스를 타야하는 거리인데.

 

마지막 버스탈때 카드의 돈이 모자라서 걸어왔다는것이다.

 

나중에 찍어보니 7.7키로의 거리였다.

 

막 소리질렀다.  "내가 계모니?  역에서 전화를 하면 데리러 가지!  거기서 여기가 어딘데

 

이 땡볕에 걸어올 생각을 하니?  "

 

화실에 애들도 별로 없어  데리러 갔다와도 30분이면 뒤집어쓰는데...

 

 

얜 항상 이런식이다. 항상 뒤에서 엄마가 미안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둘째를 낳았을때, 병원에 아무도 안와서 큰애까지 데리고 있어야했을때

 

"엄마 배고픈데 어떻게해.."

 

낯선동네에 난 일곱살 아들을 손에 만원쥐어주고는 "밖에 나가서 빵집 찾아봐.. 여기 뭐가 많더라

 

나가면 빵집도 있을거야..네가 먹고싶은 빵이랑 우유랑 사갖고와..잘 찾아오고.."

 

난 그 전날 수술로 아이를 낳았기땜에 누워서 꼼짝도 못했다.

 

근데 나간지 한시간이 다 되어가고, 밖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아이가 안들어오는거다.

 

그때 심정이란..... 내 배 아픈거보다, 밖은 번화가인데. 길을 잃었나?  돈을 잃어버려서 울고있나?

 

누가 데려갔나?... 오만가지 걱정에 미칠지경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부모가 없나 형제가 없나 서방이 없나..시댁이 없나..친구가 없나... 내 새끼 배고픈데

 

내 새끼 며칠이나마 봐줄사람없어서.. 내 새끼  잃어버리면 어떡하나... 눈물이 뚝뚝..

 

드디어  아이가 들어왔다.  지금도 생생한 빠리바케트 비닐봉지를 비틀어들고서..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떠뜨린다.  그러고는 웃도리를 올리는데 옆구리에서 살짝 피가난다.

 

넘어졌단다.  내가 우니까 왜 우냐고 물어본다.. "어..엄마  수술한데가 너무 아파서..."

 

사갖고온 빵은 얘가 평소에 먹지않는거 두 가지. 딸기우유랑  무슨 큰 빵덩어리에 설탕뭍혀있는거.

 

결국 빵은 한입떼어먹고는 밀어버리고 테레비만 보고있는 큰아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까운곳에 친정이 있었고, 엄마아버지 모두 건강해서 여행을 그리 다녀도 어째 막내딸이 아이를

 

낳는데  아이를 봐주긴커녕 병원에 와보지도 않았던 이기적인 사람들..

 

 

그렇게 울 큰아들은 동생을 나와 같이 키우고, 지금은 엄마를 끔찍히 생각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울컥올라온다.  

 

아기였을땐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나중에 속을 좀 썪이더라도, 내가 좀 봐줄거야. 이렇게

 

예쁜짓으로 나를 호강시키는데...' 했었고

 

지금은 지 아빠보다 훨씬 어른스러움에 '나중에 장가 잘 가서 행복해야할텐데..부모가 못나터져서

 

힘든 성장기를 보냈는데...'   한다.

 

어떨땐  이 아이가 전생에 내엄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현재 내 엄마한테 모정을 못 느꼈던 나는 얘한테서 모정을 느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