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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는 행복


BY 박시내 2010-10-01

 울  똥진구와의 산책

 

아침부터 바쁘다.

 

큰놈부터 차례로 깨워 밥 먹이구, 아버지 상차리고, 엄마 죽 떠먹이고,,

 

설겆이하고, 마루 한번 걸레로 훔치고, 방에 이부자리 걷어 장농에 쑤벼박고..

 

눈썹이 휘날리며, 왔다리갔다리하는데  이  한덩치하는 똥진구가 계속 진로방해를

 

한다.

 

애처로운 눈망울을 해가지고, 자꾸만 나랑 눈을 맞춘다.

 

부엌에 가면 부엌으로,  마루에 가면 마루로, 엄마 죽 먹이고 나오면 또,,방문 앞에서

 

스토커가 따로 없다.

 

그야말로 안절부절이 따로없다.

 

이러니,,원.... '오늘은 산책 나가지말고, 좀 누워있어볼까나?..' 하는 마음을

 

이 똥진구가 원천봉쇄시킨다.

 

얼굴에 침자국이 있던말던, 머리를 산발하고, 얼른 진구 목줄채워 뛰어나간다.

 

이노므 똥진구가 이젠 더이상 참을 수없는 상태가 되어서  목에서 끼잉낑소리가

 

쇳소리처럼 새어나오고,  점프점프해서 뛰어오르는데,  진구 머리에 내 턱이 다칠듯..

 

욕실잠깐가서 머리에 물만 바르고, 그렇게 뛰어나가는거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난 진구의 연이 된다.

 

목줄이 쪼일텐데도 힘으로 돌진,앞으로다.

 

눈에 보이는 전봇대와 가로수나무는 똥진구의 화장실? 영역표시하는곳?

 

나중엔 방광을 쥐어짜도 나오지않는 오줌방울... 그래도 계속 다리를 쳐들고 표시를

 

한다.  집에 올때쯤이면  이젠  다리사이에서 단 한방울의 오줌도 나오지 않는데...

 

백미터쯤 내려가면  정육점이 있다.  그 앞에 어쩌다 한번 묶여있는 깜순이..

 

아직 울 똥진구는 여자를 모른다.  아직 발정이 안왔나부다.

 

깜순이는 진구 꼬리만한 검정색 개.(너무 많은 종자가 섞였는지, 비슷한 개 종류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슷한개가 없다...)

 

정육점 아저씨는 깜순이가 열살이나 되었다고 했다. 

 

근데 진구앞에서 어쩜 저렇게 " 나는,,가슴이 두근거려요..여얼 일곱살이에요..."하는

 

표정으로 앉아서 겨우 꼬리만 살랑살랑..흔들고 있다.

 

항상 지나가는 정육점앞에 오늘은 깜순이가 없었다.  진구는 습관적으로 깜순이가 있나

 

확인하며 지나가고..

 

또 한 백미터쯤 가면  요크셔테리어 두마리가 있는 가게앞.

 

얘네들도 나이가 많댄다.  그리고 둘다 남자개.  진구만 보면 미친듯이 짖는다.

 

진구는 정말 태연하다.  늠름할 정도로..  하긴  한입거리도 안되게 작은걸..

 

진구는 저만한 인형을 단 한시간안에 해체할 수 있거든.

 

시장앞으로 해서,, 우회전을 하면 시조사 가는길,,, 

 

간판가게 아저씨도 매일 우리를 보면서 매일 처음 본것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준다.  

 

이제부터 언덕.. 새로 짓고있는 아파트공사장앞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첨보단 좀 낫다.  첨엔 얼마나 개비지땀을 흘렸던가.

 

과호흡에 심장마비로 죽는줄 알았으니까...  저질체력.

 

하긴 여름내내 집에만 있던 진구도 이 언덕에서 똥을 누었다.

 

다행히 비닐봉지를 가져갔기에 망정이지,  바로 코 앞에 서 있던 자동차 안에서

 

쳐다보고 있던 아저씨의 눈초리...   맨손으로라도 집어가야할 상황이었다..허걱..

 

그 뒤로 맨날 비닐봉지를 갖고 다녀도 진구는 단 한번도 똥을 누지않는다.

 

 

현대아파트뒷편의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곳은 내가 어렸을때 학교에서 돌아오던 그 길이다. 사십년이 지난 길..

 

다른곳은 다 바뀌었는데, 어째 이 골목만 그대로지? 

 

집에 다와가면 "진구야,,집에 다 왔네..." 라고 말을 한다.

 

진구는 성에 안차는듯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거의 뛰다시피 갖다온 산책은 40분이 지났다.

 

매일 이렇게 운동하면 살좀 빠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