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똥진구와의 산책
아침부터 바쁘다.
큰놈부터 차례로 깨워 밥 먹이구, 아버지 상차리고, 엄마 죽 떠먹이고,,
설겆이하고, 마루 한번 걸레로 훔치고, 방에 이부자리 걷어 장농에 쑤벼박고..
눈썹이 휘날리며, 왔다리갔다리하는데 이 한덩치하는 똥진구가 계속 진로방해를
한다.
애처로운 눈망울을 해가지고, 자꾸만 나랑 눈을 맞춘다.
부엌에 가면 부엌으로, 마루에 가면 마루로, 엄마 죽 먹이고 나오면 또,,방문 앞에서
스토커가 따로 없다.
그야말로 안절부절이 따로없다.
이러니,,원.... '오늘은 산책 나가지말고, 좀 누워있어볼까나?..' 하는 마음을
이 똥진구가 원천봉쇄시킨다.
얼굴에 침자국이 있던말던, 머리를 산발하고, 얼른 진구 목줄채워 뛰어나간다.
이노므 똥진구가 이젠 더이상 참을 수없는 상태가 되어서 목에서 끼잉낑소리가
쇳소리처럼 새어나오고, 점프점프해서 뛰어오르는데, 진구 머리에 내 턱이 다칠듯..
욕실잠깐가서 머리에 물만 바르고, 그렇게 뛰어나가는거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난 진구의 연이 된다.
목줄이 쪼일텐데도 힘으로 돌진,앞으로다.
눈에 보이는 전봇대와 가로수나무는 똥진구의 화장실? 영역표시하는곳?
나중엔 방광을 쥐어짜도 나오지않는 오줌방울... 그래도 계속 다리를 쳐들고 표시를
한다. 집에 올때쯤이면 이젠 다리사이에서 단 한방울의 오줌도 나오지 않는데...
백미터쯤 내려가면 정육점이 있다. 그 앞에 어쩌다 한번 묶여있는 깜순이..
아직 울 똥진구는 여자를 모른다. 아직 발정이 안왔나부다.
깜순이는 진구 꼬리만한 검정색 개.(너무 많은 종자가 섞였는지, 비슷한 개 종류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슷한개가 없다...)
정육점 아저씨는 깜순이가 열살이나 되었다고 했다.
근데 진구앞에서 어쩜 저렇게 " 나는,,가슴이 두근거려요..여얼 일곱살이에요..."하는
표정으로 앉아서 겨우 꼬리만 살랑살랑..흔들고 있다.
항상 지나가는 정육점앞에 오늘은 깜순이가 없었다. 진구는 습관적으로 깜순이가 있나
확인하며 지나가고..
또 한 백미터쯤 가면 요크셔테리어 두마리가 있는 가게앞.
얘네들도 나이가 많댄다. 그리고 둘다 남자개. 진구만 보면 미친듯이 짖는다.
진구는 정말 태연하다. 늠름할 정도로.. 하긴 한입거리도 안되게 작은걸..
진구는 저만한 인형을 단 한시간안에 해체할 수 있거든.
시장앞으로 해서,, 우회전을 하면 시조사 가는길,,,
간판가게 아저씨도 매일 우리를 보면서 매일 처음 본것처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준다.
이제부터 언덕.. 새로 짓고있는 아파트공사장앞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첨보단 좀 낫다. 첨엔 얼마나 개비지땀을 흘렸던가.
과호흡에 심장마비로 죽는줄 알았으니까... 저질체력.
하긴 여름내내 집에만 있던 진구도 이 언덕에서 똥을 누었다.
다행히 비닐봉지를 가져갔기에 망정이지, 바로 코 앞에 서 있던 자동차 안에서
쳐다보고 있던 아저씨의 눈초리... 맨손으로라도 집어가야할 상황이었다..허걱..
그 뒤로 맨날 비닐봉지를 갖고 다녀도 진구는 단 한번도 똥을 누지않는다.
현대아파트뒷편의 좁은 골목이 나온다.
이곳은 내가 어렸을때 학교에서 돌아오던 그 길이다. 사십년이 지난 길..
다른곳은 다 바뀌었는데, 어째 이 골목만 그대로지?
집에 다와가면 "진구야,,집에 다 왔네..." 라고 말을 한다.
진구는 성에 안차는듯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거의 뛰다시피 갖다온 산책은 40분이 지났다.
매일 이렇게 운동하면 살좀 빠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