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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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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의 생각들....


BY 날개. 2011-01-09

 

 

 

 

# 1 :

천칭에 올려 가늠해 본다.

놓아버린 뒤의 아픔과....

소유하므로해서 견뎌야 할 고통을....

어느 쪽이 내게 있어서 더 감당하기 힘든 일인가 하구....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그 어느 것도 내겐 무겁고, 아프고....힘든 일이다.

 

# 2 :

6 차선 도로 중앙 분리대에 내던져 있던 구두 한짝....

누가 장난삼아 벗어 내던져놓은 것일까....

아님....간밤 그 자리에 자동차 사고라도 있었던 것일까....

주인잃은 신발 한짝이 내 눈에 아프게 와닿았던 오늘 아침 출근길.

오는 차... 가는 차가 전부 장애물 피하듯이 비켜가던 볼품없는 신발 한짝....

끈떨어진 뒤웅박 신세인 나랑 어찌 저리도 닮았을까....

 

# 3 :

차단기가 내려진 건널목 저 건너편에서 나를 향해 손 흔드는 사람이 있다.

눈부신 햇빛에 가려....누군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누구일까....?

차단기가 올라가길 기다리나....

신깐센과 J.R선이 겹쳐지는 이 건널목의 차단기는 좀처럼 열리지 않고....

궁금증을 더해 가는 중에....

손 흔들던 그 사람을 향해 돌연히 내 곁의 여자가 고함을 지른다.

" 거기서 기다려....내가 건너 갈테니까...."

쓴웃음으로  궁금해 했던 마음을 달래는데....

그제사 요란한 차임과 함께 차단기가 손을 들고 있다.

 

# 4 :

어느 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
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
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 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 라고,
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
마술에 걸린 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 깁는다   < 나희덕 / 고통에게 中 >

 

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 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열두 벌의 수의라....

마법에 걸려 기러기가 된 오빠 왕자들을 위해 쐐기옷을 짜던 어린 공주의 얘기가 생각난다.

쐐기옷이 다 짜여졌을 때...공주는 고통에서 풀려났던 것일까....

나는 쐐기옷을....과연 몇 벌이나 짜야하는 건가....

그리고 지금껏 나는 몇 벌의 쐐기옷을 짰을까....

 

# 5 :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들리던 엔티크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차가운 금속성 셔터로 닫혀있는 가게 앞에서....

자잘구레한 잡화가 센스있게 진열되어 있던 쇼윈도우를 떠올리며....

웬지 모르게 주인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주 들리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이 되어버린, 전번의 들림에서 나눴던 주인장과의 대화 속에....

" 오지도 않을 손님 기다리는 거....이젠 그만 해야 할 거 같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땐....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이젠 기다리는 게....독이 되는 거 같아...."

그런 거 같다....나도 이젠 기다리는 것에 지쳐가고 있다.

나에게도 기다림이 더 이상 독이 되기 전에....문을 닫아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