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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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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


BY 햇살나무 2014-07-13

에공공...아침식사  준비하려고 싱크대 앞에 섰다가 잡아당긴 수전이 똑 부러져버렸다.. 

이런 낭패가..

물을 트니 분수처럼 뿜어져나온다.

황당함을 넘어서 짜증이 나기시작한다.

15년차에 접어드는 아파트다보니 이제 슬슬 부속품들이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2년전 보일러 교체를 시작으로 매년 크고작은 고장이나 부서짐이 생기고 있다.

난방이 잘 안되는 듯하여 문의했더니 방으로 연결되는 배관이 막혀서 그렇다고해서 밸브교체를 했었다.

작년 겨울 윗집에서 누수가 있어 주방 벽지가 약간 변색됐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갔는데

그 얼룩도 눈에 거슬리고

가스렌지도 오래되다보니 한군데는 점화가 잘되지 않는다.

식기세척기도 오래 전에 멈춰섰지만 단종모델이라 부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에 그냥 안쓰고말지뭐

하고 손설겆이 중이고

결혼할때 장만했던 장롱은 이제 수명을 다하였는지 문짝 이음부분이 깨져서 당분간 한쪽 문은

닫아놓고 사용하고있다.ㅜㅜ

안그래도 나이 한살씩 더 먹으면서 이제 몸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나이라 의기소침해 있는데

온갖 살림살이들까지 멀쩡한게 없다.

마음같아서야 몽땅 새걸로 갈아치우면 좋으련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말이지..

따박따박 맘편히 월급봉투 받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이번 달 생활비가 제때 들어오려나 노심초사하는

형편이고.

그동안 이것저것 속 끓이고 있던 터에 멀쩡하던?..아니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수전마저 예상치못한

 상황에서 뚝...부러져나가니 거의 폭발지경이었다.

그러다 문득...싱크대 걱정이 되었다.

한번씩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싱크대찬장이 내려앉는다는데...

몇년 전 그릇들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찬장 속은 종지 하나 디밀 자리없이 빽빽하게 그릇들이 들어차있다.

그동안 찬장 문을 열때마다 너무 많은 그릇들때문에 상판이 휘어져있어 좀 걱정스럽던 터였다.

나쁜 예감은 맞는다지 않던가.

그동안 미루고미루던 그릇 정리를 이번 참에 해야할까보다.

일단 주로 쓰는 맨 아랫칸을 제외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첫번째와 두번째 칸 그릇을을 내렸다.

그 중에서 반은 버리는 걸로..나머지 반은 그래도 일단 창고에 넣어두는 걸로..

그릇을 내려놓고 보니 식탁위며 바닥에 그릇이 한가득이다.

버리는 것만 한박스...거기에 창고 들어가는 것도 한박스..

이 많은 그릇들이 저 좁은 싱크대 찬장에서 나왔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동안 켜켜이 쌓아놓고 쓰느라 불편했던 그릇들을 세 칸에 나누어 보기좋게 진열하고 나니

이렇게 좋.을.수.가!

어차피 우리가 밥먹고 생활하는데 쓰는 그릇 수는 그다지 많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혹시나 필요할까..혹시나 손님이 오면..이래저래 구실을 만들어 넣어놨던 그릇들은 실제로

몇 년동안 한번도 안쓴 것들이었다.

비움의 미학이라더니...그동안 채워놓고 쓰느라 그 많은 불편함을 감수했던게 한심하게 느껴졌다.

가벼워진 찬장 속을 보며 나에겐 아직도 비워야할 게 많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