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의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났다.
아이를 키우면서 문득문득 그 시절의 나를 느끼곤 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바로 옆에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 학교로 배정받았고
전교에서 단 세명만이 옛날 명문이라 불리던 경남여고로 가게되었다.
그 세명안에 든 것이 속상했지만 엄마는 기뻐하셨다.
비록 평준화가 되긴 했어도 전통과 역사가 있는 명문이라는 이유도 있겠으나
경남여고는 엄마의 모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시무룩한 나와 달리 너무나 좋아하시던 엄마.
입학실날 학교에 오신 엄마는 구석구석 내 손을 잡고 다니며 여긴 변했네...
여긴 그대로네...하며 추억에 잠기셨었지..
학교입구에 오래된 소나무 밑을 지나다니며
엄마도 갈래머리 여고생 시절 이 나무 밑을 지나다녔겠구나싶으니 기분이 참 묘하기도 했다.
학교 앞 문구점은 엄마 다닐때도 있었다는데 혹시나 주인이 그대로일까
가슴 두근거리며 들러보기도 했었고.
교정 곳곳에 멋드러지게 자리 잡고 있던 오래된 나무들...
등나무에 조로롱 맺히던 연보라빛 포도송이 같던 꽃망울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학교 풍경만으로도 참 정겹고 추억이 아련하다.
아마 나에게도 딸이 있었다면 나도 그 아이가 경남여고를 가길 기대했었을런지 모른다.
아이의 손을 잡고 입학식을 가게 된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엄마랑 나, 아이까지 삼대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건 참 감격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일은 없지..
이럴땐 딸 없음이 또 한번 아쉬운 순간이다.
학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잘있겠지?
많이 변했을려나?
그자리 그대로 있는 학교입구의 소나무를 본다면 얼싸 안아주고 싶을런지도 모르겠다.
나도 교정 곳곳을 훑어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하겠지?
문득 그립다.
그 시절도....
그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