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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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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좋을 때


BY 햇살나무 2012-01-16

새해부터 기운이 쭉빠져 심드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뭐 하나 신나는 일도 없고 좋은 일도 없고.

생각해보면 그동안 일이 잘풀린 날보다 그냥저냥 똑같은 모양으로 위태위태 버텨온 것뿐인데

난 참으로 낙천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도대체 뭘 믿고...

특별히 믿을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별로 걱정도 없었다.

아직 젊은데 뭐가 문제랴...앞으로 차츰 나아지겠지..

상황이 나쁘면 나쁠수록 이제 뭐 더 나빠지겠냐...앞으론 뭐가 나아져도 나아지겠지...

그렇게 나름 밝고 즐겁게 살아왔다.

그런데...더 나아질거라 생각했던 미래는 아직도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더 위태롭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같이...

새해부터 이런 상황이니 내가 뭔 기운이 펄펄 나랴..

집에서 입던 옷에 패딩점퍼 하나 걸치고 반찬거리라도 사러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아랫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작년에, 곱게 차린 한복차림으로 집을 나서길래 어디 결혼식장이라도 가시냐고 물었더니

둘째 결혼식이라고 그랬었다.

그 뒤로 제대로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마침 오랜만에 만난터라 이리저리 안부를 전했다.

근데 아주머니가 묻는다.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이냐고...

올 해 고등학교 가요~

그 한마디에 아유 좋을 때네...그러신다.

좋을 때라니...내가 요즘 죽을 맛이구만...

다 큰 아들은 재미도 없고 말도 안듣고..

유치원 다니거나 아직 어린 애들을 끼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면 저 때가 정말 좋았어..하고

다니는 요즘인데.

근데...그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내 뒤통수를 딱 치듯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좋을 때....

그래...지금 난 좋을 때인거야.

아들녀석 머리가 커서 이제 말도 안듣는다고 툴툴거리고 있지만

우리 식구 이렇게 오순도순 지지고 볶고 살고 있는,

미래가 좀 불투명해서 속앓이를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는

지금은 좋을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