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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지금은 어디에...1


BY 햇살나무 2011-08-26

조용한 명상음악을 듣다가 잔잔한 첼로음률에 순간 눈물이 살짝 고인다.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내 고질병이다.

가을에 듣는 첼로음악은 사람 마음을 참 애잔하게 만든다.

무언가 그립고....아스라하고....

오래전....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한 친구가 떠오른다.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몇 학년때쯤이었을까....?

우리반에 서양아이처럼 생김새가 이국적이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인 음대를 가려고 주말마다 멀리 대구까지 교수님한테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했었다.

뭔가 평범해보이지 않는 외모때문이었는지 아버지가 학교 선생님이라 그랬었는지

그 아인 친구가 없었다.

친구와 별로 어울려 놀지도 않았고 학교 마치면 바로 집으로 갔으니까.

그러던중 그 아이의 아버지인 선생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그 아이는 다른 형제도 없었고 엄마와 둘뿐이었다.

어느날...그 아이가 내게 오늘 자기집에 놀러가자고 그랬다.

말도 별로 해본 적 없는데 집에 놀러간다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딱히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 날 그 아이의 초대를 받은 건 나 혼자뿐이었다.

어찌된게 평소 우르르 몰려 다니던 친구들을 다 떼어내고 그 아이랑 둘이 그 애 집으로 갔다.

대문으로 들어서니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작은 정원에 그네의자가 있었다.

그 그네의자가 무척 인상깊었다.

그 아이의 방에 둘이 있자니 어찌나 어색하던지.

잠시 뒤 그 아인 그때까지 내가 본 적 없는 악기를 꺼내들고 내 앞에서 연주를 했다.

첼로였다.

처음 들어보는 중저음의 악기 소리가 어린마음에 흠뻑 젖어들었다.

자기 덩치만한 첼로를 연주하는 그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멋져보이던지.

그 날이후로도 그 아이와 특별히 더 친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학기를 다 마치지지도 않고 그 아인 대구로 전학을 갔다.

음악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쯤 그 아이가 줄리아드음대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 같다.

그땐 그 아이가 유명한 음악가가 되리라 의심치 않았다.

언젠가 그 아이의 공연 포스트가 나붙을 거라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고 그 아이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지만

난 아직도 첼로 음악을 들을 때면 가끔 그 아이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