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남보다 아니 남처럼 약지 못해 손해보면서 사는 내가 참 바보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요즘처럼 자기주장 강하고 손해 안보고 사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용케 잘 살아가고 있는 내가
때론 기특하기까지하다.
난 흥정을 잘하지 못한다. 무슨 물건이든 제 값을 다주고 사는 편이라 가격이 딱 정해진 마트물건이나
흥정을 안해도 되는 인터넷쇼핑을 즐겨한다. 그게 맘편하니까.
친정어머니가 그랬다.
어릴때 엄마 손잡고 시장엘 따라 다니면서 한번도 엄마가 물건값 깎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 주변머리는 나보다 더 없는 편이니...ㅎㅎㅎ
그래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제 값 다주고 흥정 한번 못하고 물건을 사는 나를 보고 친구들이 한심해했다.
나는 그게 더 충격이었다....물건 값을 다 주고 사는 게 왜 한심한지.
아는 동생이 있는데 그 애는 무얼 사든 꼭 값을 깎던지 덤을 얻어온다.
심지어 백화점에서도 물건값을 깍는단다...그게 가능한지...나로선 의문이지만 그게 가능하단다.
나만 바보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그냥 군말없이 계산을 하고나면 알아서 덤을 주기도하고 돈값만큼 더 잘쓸거라는 덕담을 듣기도하니까.
난 싸움이 싫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내 가슴이 콩닥거려서 그 자리를 얼른 피하고 싶다.
그래서 목소리 크고 욕 잘하는 사람이 젤로 무섭다.
간혹 욕쟁이할머니가 있어 유명해진 음식점들이 소개되어지곤 하는데 나는 별로 가고싶지가 않다.
내 돈주고 밥먹으면서 욕 듣는 게 별로 유쾌하지가 않을 것같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먹을 자신도 없다.
밥먹는 내내 할머니 욕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릴테니까.
그래서 난 운전을 안한다.
장롱면허로 16년째 무사고 면허증을 갖고있지만 운전할 자신이 없다.
운전을 하게되면 아무리 조심해도 접촉사고 정도는 생길 수 있을텐데 그렇게 시비가 붙을 경우나
하다못해 성질급한 택시운전수가 욕이라도하며 지나가면 어쩌나...그게 너무 두려워 운전할 엄두가 안난다.
아.....나의 이런 소심함이여...
어릴땐 착하게 생겼다는 게 싫었다...뭐랄까...요즘 말하는 카리스마가 없어보이니까.
착하게 생겼다는 건 좀 만만해 보인다는거니까.
오죽하면 동물들도 날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어머님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키우시는 앵무새가 유독 나한테만 들러붙어서 난감했다.
난 어쩐지 새는 좀 무섭던데 어찌 알고 얘가 나한테만 오려는지...
그 얘길했더니 동물도 만만한 상대는 알아본단다...ㅜㅜ
그래도...난 이런 내가 좋다.
이런 나이기에 좋아해주는 내 벗들과 이웃들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