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836

저울질


BY 비단실 2010-10-30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나보다 한 해 연배인 언니가 한 분 계신다

 

물론 나보다 입사 연수는 아래지만 50대 근무자가 몇 없다 보니 비록 한 살 차이라도

언니라는 호칭으로 정답게 지내고 있는데

 

올해 초 구정 전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왜 늦을까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하는데

 

언니의 남편분이 아무런 병명도 없이 전날 저녁 돌연 사망하였다는 것이었다

 

아직 50대 정확하게 57세 평균 수명이 늘어 육십도 청춘이라는데

전날 저녁 사망 당일은 마침 남편분 생일이어서 가족과 외식을 하고

집으로 귀가하여 맏며느리인 언니는 주방에서 명절 음식 준비로 바빴고

 

한참 정신없이 일하다 문득 방이 너무 조용하여

00이 아빠~

 

인기척은 없고 안방 화장실에서 불빛만...

 

얼른 달려가 보니

 

아뿔싸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그만...

 

이미 호흡은 멈춤이고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으나

그냥 그렇게...

 

평소 지병도 없고 건강하던 분이 본인이 태어난 날에 

먼 길 소풍을 떠난 것이다

 

언니의 슬픔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비보를 듣고 직원들과 퇴근 후

문상을 갔더니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울음은 통곡으로 이어지고 

상심에 가득하여  나 어떻해 어쩌면 좋아~

 

명절 전날 무슨 날 벼락인지...

 

평소  퇴근하고 언니와 둘이 쇼핑이라도 가면

부담 없이 남편분에게 전화하여 나 오늘 좀 늦으니까 먼저 저녁 드세요~

 

항상 자상하게 언니를 챙겨주고

저녁이면 다정하게 부부가 걷기 운동을 하고 취미가 낚시였으나

언니가 낚시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취미도 바꿔

부부동반 등산으로 취향도 바꿔 배려하고

 

홀로인 내가 지켜보는 부부의 정겨운 모습은 너무도 부럽고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더니...

 

그렇게 갑작스러운 사별로 혼자가 된 직장 언니!

 

경제적 난관에 부딪혀 서류상 이혼이 실제 이혼으로 혼자가 된 나!

 

저울에 올려보았다

 

누구의 슬픔이 더할까?

 

요즘 계절이 주는 쓸쓸함지 언니가 더 많이 외로워하고 슬퍼한다

 

작년 가을만 해도 단풍놀이로 행복했을 부부

하지만 올해 가을 떨어지는 나뭇잎의 색이 아무리 곱디 고와도

언니에게는 그저 생명을 다한 마른 잎의 가치로만 다가오나 보다

 

혼자 쓰는 침대가 넓어 좋다는 십 년 차 홀로인 나!

 

몸에 열이 많고 체격이 컸던 남편의 온기가 곁에 없어 너무도 한기를 느껴

잠도 안 온다는 언니!

 

경제적인 곤궁으로 의식주 채움에 너무도 벅찼던 나!

 

단독 주택에서 매월 나오는 월세 수입도 있고 얼마간의 토지와 저축금도 있어

경제적 궁핍은 당장에 어려움이 아닌 언니!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오해라 부인하여 남들은 다 알고

나만 제일 늦게 알았던 남편의 불륜으로 말미암은 배신!

 

오로지 일편단심 당신이 최고 야를 외치며 살았던 언니 남편분의 지고지순한 사랑!

 

언니의 남편 세상 떠나기 전 느낌이 있었을까?

거금의 밍크코트 장만해주고

체격이 자그마한 언니는 코트 소매 길이가 길어 매장에 수리 맡기고

아직 찾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을 당하고

 

경제적 여유로운 시절

밍크코트 장만하라며 건네준 현금 

미래의 안정을 위하여 저축 외치며 훗날 빚 청산으로 쓰였던 기억

 

언니는 남편과의 좋았던 기억에 추억을 잊지 못하고

 

나는 남편과의 안 좋았던 기억에 아니 참혹했던 기억에 힘들어하였다

 

이제는 사실 십 년 세월에 흘러가는 물처럼 무덤덤이 되었지만...

 

홀로인 삶에 아직 낯이 선 언니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지난여름 토요 근무를 마친 언니와 서울대 공원으로 족발과 막걸리를

준비하여 나들이를 갔었다

 

정자에 앉아 표현이 그렇지만 과부(?) 아줌마 둘이 앉아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 족발 안주로 건배를 하면서 힘이 들어도 곁에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 열심히 살자고 다짐 대회를 조촐하게 가졌다

 

저울에 올려 이혼과 사별 중 어느 것이 더 힘들까 지켜보았는데

도토리 키재기가 아닐까 ?

 

홀로 십 년이란 세월 나름 씩씩하게 결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도중에 넘기 어려운 강도 건너야 했고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 잠시 풍경에 취하여 쉬기도 하였으며 

 

가파른 언덕 오르막 내리막 나의 한계에 도전도 종종이었으며

이제는 삶이 그다지 슬픔만도 기쁨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둘이어도 다 행복해서 살지는 않고

혼자여도 다 불행하게 살지는 않나 보다

 

혼자인 삶!!!

 

이혼이든 사별이든 그녀들의 얼굴이 무심코

길을 지나다 쇼윈도에 비친 그림이 너무 슬퍼보이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

 

 

 

ps--에세이방에서 작가 글방으로 이사를 하여 베틀에 앉아 틈틈 비단실 엮어

고운 비단지으려 하였으나 몸이 바쁜것도 아닌데 쉽지가 않습니다.

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