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이랍니다
그런데 이제 베틀에 앉아 한올 한올 비단실 엮어 고운 비단옷 한 벌 지어보려 개명을 하였습니다
비단실!!!
비단은 일찍이 금과 같이 귀중한 것으로 여겨지는 옷감이었죠
비단의 재료가 되는 명주는 누에의 고치로부터 엳은 천연 단백질 섬유로 명주 가운데 특유의 광택을
띠는 귀한 옷감이 바로 비단이지요
이제 바늘에 이어 비단실로 제 삶의 이야기를 에세이방에서 이곳 작가방으로 옮겨 놓으려 합니다
저의 작가방 새집에 집들이 선물로 혹여 고민하시는 분 계시면
늘 그랬듯이 정스런 댓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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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십 년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직장에 함께 다닌 인연으로 제가 중매를 섰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언제인가 들려오는 소문에 친구 남편이
철 밥통이라 일컫는 공무원 직업에서 퇴직하여 개인 사업을 하더니
그게 잘못되어 경제적 파탄이 심각하였고 그에 따른 여자 문제도 월간지 부록처럼 따라와
급기야 이혼으로 이어지고 친구는 현재 작은 아파트에서 아들과 단둘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의 아들은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직장을 잡아
용인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주말에만 집에 온다고 하였습니다
친구와 나는 늘 한 번 만나야지 그래서 눈물로 얼룩진 사연에 함께 동조하면서
나쁜 놈 아니 나쁜 놈들 친구도 나도 우리 인생에 도움이 하나도 안된 그 나쁜놈들 규탄 대회라도
열으리라 벼르고 별러 왔었는데
지난 추석 연휴 드디어 고향인 인천에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친구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인데
겉 모습은 별로 변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친구는 저보고 어머 너도 그대로다 그대로야~
하지만 저는 속으로 찔끔했습니다
저 많이 변했거든요
우선 머리는 염색 안 하면 백발이라서
친구를 만난 그날도 염색한지 2주 정도 지났기에 앞머리는 벌써 싹 나온 고구마
버리기 아까워 물에 담가 놓으면 삐죽 하얀 뿌리가 나오는데
그 모양처럼 흰머리는 어느새 올라와 있었고 한해 다르게 눈꺼풀은 쳐지고
아침에 눈 뜨면 오늘 퇴근하고 반듯이 운동 시작해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퇴근하면 지치고 힘들어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냉큼 올라 빈자리 찾아 앉고
바로 버스 차창에 머리 기대고 꾸벅 졸기가 다반사이니 뱃살은 이미 두툼하게 정착 단계인데
나보고 그대로라니...
아무튼 친구와 나는 지난 세월 함께 직장에 다녔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흘러간 세월의 많은 이야기를 보따리로 가득 풀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친구와 만나 나쁜 그 놈들 욕이라도 실컷하려 했으나
욕보다는 오히려 결혼 전 연애시절 친구네와 두 커플이 대둔산으로 단감이 주러렁 열린
가을에 재미나게 놀러 갔던 이야기를 더 많이 하면서 이제는 그 친구도 저도 가슴 아픈
삶에 많이도 적응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친구는 삼 십년이 다된 대둔산 가을 여행에서 친구와 내가 똑같은 스카프를
두르고 옷차림도 비슷하게 찍은 사진이야기를 하였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다시 한 번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대둔산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십 년만의 만남이 어렵사리 시작되더니
지난주 친정언니가 이사를 하였는데 우연하게도 그 친구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친구와 나는 또 언니네 이사한 집에서 재회를하였습니다
언니네 집에서 추석에 선물로 들어온 복분자주가
달달한게 맛있어 오랜만에 몇 잔 주거니 받거니 오가다 보니
그 친구 속에 있는 말을 제게 조심스레 건네더군요
지난번 나를 만나고 헤어진 후
많이 마음이 아팠다고...
전보다 말 수가 줄었고 얼굴에 문득 그늘이 보여서...
그러면서 하는 말
너무도 반짝이게 잘나가는 삶이라서 부러웠고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집안도 예쁘게 잘 정돈하고 요리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우상 같은 삶의 표본이었는데...
친구는 그러면서 뒤이어 집에서 전업주부로만 살림만 하다가
어떻게 직장 생활을 꾸준하게 잘하냐고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너는 고생 다 끝난 거야~~~
친구는 아직 모든 게 자신이 없어 아르바이트처럼 가끔 아는 분 식당에서
바쁘다고 연락이 오면 잠깐씩 나가 도와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있어 얼마간 집안에 경제적 보탬을 주고 있고
그러면서 아들 대학까지 공부 시키고 나니 이제 특별하게 돈 들어갈 일도 없어
그럭저럭 지낼만하다고...
그러면서 인생 뭐 있어~~
친구도 나도 곁에서 그 말을 듣던 언니도 웃었습니다
사실 인생 특별할 것도 없는데
십 년만의 만남에서 친구의 눈에 보인 나의 얼굴 그늘을 어떻게 지울지 고민이네요~
누가 아시나요?
특별 처방전 부탁합니다
꼬옥~~
ps--->오늘 사실 이 시간대이면
직장에서 쉴 사이 없이 고객님~외칠 시간이랍니다
하지만 오후에 병원 정기 진료가 있어 연차 휴가를 내었습니다
마침 아들아이가 학교 다녀와 병원 진료시간 맞춰 온다네요
게다가 맛있는 것 사드린다고 생각해 놓으시라고 합니다
8월 코스모스 졸업이었는데 취업이 되지 않아 또 내년 2월로
미뤘습니다 둥근 추석 보름달 보고 아들 취업 소원을 빌었는데 언젠가는 이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