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 열심히 TV 아침마당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밥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에구, 왠 칠칠치 못한 아낙네가 밥을 태우나'하며
무심코 있다가 아차 싶어 주방 렌지 위를 보는 순간,
화다다닥, 빛(?)의 속도로 뛰어 갔더니
에고에고, 삼중 바닥 스텐냄비가 새까맣게 타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는 쌀뜨물 받은 거로 숭늉을 미리 끓여 놓는다며
올려 놓은 걸 까아맣게 잊고는 그새 TV 삼매경에 빠진 거였다
이게 벌써 몇 번짼가?
며칠 전에도 이유식을 데운다며 냄비에 물을 조금 끓인다는 게
불도 안 끄고 이유식만 달랑 들어내어
남편이 불을 끄고 속이 쌔까매진 냄비를 들어 내었건만....
이러다 정말 큰일 내는 거 아녀 ㅉㅉㅉ
렌지 위에 올려 놓은 걸 까맣에 잊고 타는 냄새가 나면
내가 아닌 척 다른 사람이 칠칠맞다는 생각을 하니 이를 어째
예전에 동네에서 어느 주부가 전화로 수다를 떠느라
후라이팬에 올려 놓은 생선이 다 타도록 모르고 있다가
결국 집에 불까지 난 걸 봤는데 이건 남 얘기가 아니다
내 건망증도 가히 중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을 만들다 냉장고에 꺼낼 게 있어 문을 여는 순간
잊고는 '왜 열었을까?'하며 다시 닫으면 생각이 나
꺼내기도 하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게 심상치가 않다
이렇듯 건망증이 오는 건 내 경우만인가 아님, 내 또래의
다른 사람도 그러는가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