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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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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BY 시냇물 2011-11-03

 

 제주에서 시어머니 상을 치루고 어제 올라왔다

98세의 연세이신 까닭에 슬피 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죽음은 죽음인데....

 

내려가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은 비록

2박3일로 짧았지만 그 어떤 시간보다 긴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화요일에 요양병원에서 시동생이 집으로 모셔와

자리에 누우신 지 6일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남편과 나는 목요일에 제주로 내려갔는데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시누님이 "어머니, 서울 오라방들

보고 싶소?"라고 물었더니 의식도 거의 없으시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셨다는 얘길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남편이 시어머니 귀에 대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하던

셋아들 왔수다게"하니 가늘게 눈을 뜨시며 아들을

보시려고 하셨다 남편이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면서

안 놓으려고 하신단다

그게 부모 마음인 것을.....

 

당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기라도 한다는 듯 말씀도 못하시고

그저 숨만 쉬고 계신 모습을 뵈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34세의 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 되서 10살 미만의 어린자식

넷을 데리고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시고 모진 세월을

견뎌 오신 내력이 새삼 가슴을 메우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곁에서 지켜 보며 그저 손을 붙잡아

드리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게 그렇게 가슴 아플 줄이야.

남편과 늦게 만났는지라 시어머님과의 특별한 추억이

없어 눈물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아마도 지난 날

내가 살아온 그 세월과 오버랩 되어 그렇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던 것 같다

 

나 역시 5살,7살의 어린 두 딸을 데리고 홀로 되어

20여년 키우느라 힘들었었는데 나의 3배나 되는 세월을

어찌 견디셨을까 싶으니 어머니로서 보다는 여인으로서의

삶이 가여워  내 가슴을 아프게 후벼팠다

 

우리가 도착 후 3일을 더 견디신 어머니는 일요일 아침에 거짓말처럼

고요히 그 모진 세월을 내려 놓으셨다

 

시동생 내외, 시누와 번갈아 어머니 곁을 지키며

옛날을 추억했는데 그 얘기를 다 들으셨겠지?

 

이렇게 한 생명은 우리 곁을 떠나갔는데 하루 전인 토요일엔

큰딸램이 기다리던 첫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제주의 시어머니가 위독하시단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곧 출산을 앞둔 딸램이 마음에 걸렸는데 결국 출산일에

곁에 있어 주지도 못하니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남편도 출산을 한 딸램에게 축하 전화를 하며

내가 곁에 함께 해주게 되질 못해서 미안하단 얘길 전한다

 

하루의 간격을 두고 생과 사가 갈리는 경험을 하고나니

인생의 의미를 새삼 깨닫지 않을 수가 없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 또한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산다는 걸 새삼 일깨워 준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