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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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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를 극복한 사람만 누릴 수 있다.


BY *콜라* 2011-05-04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온이 최대의 장점인 이곳 밴쿠버는

자연환경이 좋아 천당으로 분류되었다가

겨우내 부슬부슬 내리는 비 때문에 999당이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겨울 3개월간은 우기인 밴쿠버는

오랜 우기를 겪은 익숙함 때문인지

비 때문에 스포츠경기의 중단, 공식행사를 연기하는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도 매일 하는 조깅을 빼먹거나 강아지 산책을 건너뛰는 경우도 없다.

 

캐네디언들에게 비는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날씨 현상일 뿐

일상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캐나다 입국 첫 해

축구경기에 여학생이 남학생들과 몸싸움하며

똑 같은 포지션으로 뛰는 것도 놀라웠지만

비가 퍼붓는 야간에 경기가 수시로 열리는 것에 놀라고 신기했다. 

 

우리는 SFU 교직원과 기혼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형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경기 때마다 빗소리와 더불어 그들 가족들의 응원 함성 때문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우산을 쓰지 않는다.

오는 비를 다 맞으며 태연히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잔을 들고

어떻게 보면 비를 즐기는 듯도 하다.

 

눈이 내려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나 자세히 보면

우산 대신 방수 점퍼를 입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방수 우의는 아이들도 보통 몇 벌씩 가지고 있고

평일 방수되는 아웃도어 룩을 입고 회사에 출근을 해도

흉이나 흠이 되지 않고

눈치 볼 일도 없다.

 

덕분에 우의나 장화가 발달되어 디자인이나 컬러가 다양하고

가격도 십 만원은 기본, ALDO라는 브랜드는 2~3십 만원대의 고가에도

인기있는 제품은 진열하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 이 겨울 비에 쉽게 적응 안 되는 사람들이

우리 한국인들이다.

 

그래서 몇 년을 살아도

캐네디언들에게 필수인 비옷이나 장화를 수 십 만원 들여 사는 게

우리 한국인들에겐 아깝기만 하다.

우산 하나면 되는데 그것도 여기 저기서 공짜로 주는 것도 많은데 말이다. 

 

비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는 나도 거금을 들여

그 옷들과 신발을 사느니 차라리 집에서 쉬고 말자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비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 오는 날 빈대떡이나 구워 먹으라는 노래처럼

휴무로 인식하고 외출을 삼가하고 집안에 있게 되면서

유독 겨울철 우울증에 걸리는 주부들이 많은 편이다.

 

해마다 한 두명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것도

이 비와 연결 짓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정환경이나 부부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를 핑게로 도피성 이민을 왔다가

겨우내 내리는 비가 더 우울증을 심화시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일까지 저지르게 한다는 것,

 

막상 비에 필요한 여러가지 도구를 갖춘다 해도

한국에서처럼 소나기로 퍼 붓는 것도 아니고

우산이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기때문에

비와 힘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버티다가 버티다가 사게 된다.

 

만약 밴쿠버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래서 진정한 밴쿠버를 즐기며 살아보고 싶다면

먼저 이 겨울비와 친해지려는 노력이 필수다.

 

그 대가로, 봄부터 가을까지는 도심에서도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을 깨는 자연과

집 앞 어느 곳이든 산책길을 갖춘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공원들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숲이 태고적 모습으로 방치된 듯한 자연환경

차로 10 30분 거리마다 자리한 도시 속의 바다 인렛’...

그곳에는 언제든 큼직한 꽃게와 민물 고기 등 조금만 애쓰면 저녁 식탁을 차릴 수 있는

풍요로움이 그득하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하려면 무한정 행복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곳.

그러나 단 몇 개월간의 겨울비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울하고 살기 힘든 곳이 또 밴쿠버다.

 

유학이든 이민이든 내가 무엇을 목적으로 이곳에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 해답을 갖고 출발하지 않으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범위가 지극히 좁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