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613

눈이 내리는 날이면


BY 만석 2016-03-09

눈이 내리는 날이면 

 

어렵고 힘들게 대학엘 들어간 딸아이가 결혼을 하겠다 했다. 아직 졸업도 멀었는데 말이지.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해도 충분하다고 애원을 했으나, ‘쇠귀에 경 읽기였다.

아직은 신랑이 아니라 엄마가 필요한 나이다.”라고 울부짖었으나, 어느 정객(政客)의 말대로, ‘자식을 이기는 어미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결혼을 한 큰딸이 벌써 중년이 되어, 여대생 둘을 둔 어미가 되었다. 아이들의 대학 뒷바라지를 하며, 그녀도 못 다한 대학 공부를 마쳤다.

 

두 번째 미국여행으로 그 딸아이의 집에 갔을 때.

엄마. 나는 엄마랑 아빠가 같이 잠을 자는 사이라는 것을 결혼을 하기 전에는 꿈에서도 생각을 못 했어요. 호호호.”내가 오히려 낯을 붉히며 딸아이의 얼굴을 피할 만큼의 무탈(無頉)한 시간이 흘렀음에 감사했다.

그런 철없는 나이에 너를 시집보내고 엄마는 어떻게 살았었겠다는 생각은 해 봤니?”


뭐가 그리 바빠서 서둘러 시집은 가고, 그 시집살이를 자처(自處)했누.”

반드시 시댁이 고약해서가 아니라, 아무리 만문한 시집이거니 제 집만 했겠는가. 그 어린 나이에 말씀이야.

그러게요. 작은 호랑이 피하려다 큰 호랑이를 만났지요. ㅋㅋㅋ. 미국 가서 산다는 말에.”

남들은 네가 임신을 해서 서둘러 결혼을 한 걸로 알더구나. 하던 공부를 접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니 안 그랬겠니?”

 

이젠 비키한테 말해요. ‘절대로 삼십 전의 결혼은 허락 안 한다구.’.”

누군 엄마가 허락해서 시집갔어? 스물여섯이 적은 나이 아니니 좋은 사람 있음 보내라.”

그렇잖아도 공부가 힘들 때면 시집이나 갈까보다그래요. ‘박사과정 끝내도 늦지 않다.’고 했는데 마음이 조마조마 하긴 해요.”

이제 엄마 마음 알아?”

그래도 너도 당해봐라.’라곤 하지 마세요. 공부 다 끝내고 결혼하게 기도해 주세요.”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느냐는 말씀이야.

 

하나는 그렇게 준비도 안 된 엄마를 버리고 훌쩍(?) 떠나버리더니, 둘째는 사십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이라 하니 고얀지고. 많이 배운 녀석은 콧대가 높아서 싫고, 돈이 많은 녀석은 제 것도 아니면서 부모의 재산으로 어깨에 힘을 준다나? 많이 배우지 않고 부자(富者)가 아닌 녀석은 시시해서 싫겠지. 그만하면 괜찮지 싶은 제 언니의 결혼생활이, 그리 좋아보이지를 않는다 한다. 남편 뒷바라지 하고 아이들에 얽매여 꼼짝을 하지 못하는 언니. 게다가 시집의 일이 모든 생활의 우선순위가 되어 끌려다니는 언니. 그래도 제 수고는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하는 언니가 도통 좋아보이질 않는다나?

 

끼리끼리 논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다. 그녀의 주위에는 아직도 싱글인 채인 친구가 많다. 그녀들이 모이면 결혼이 수다의 중심에 서는 모양이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자 하니 그 아니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누구는 시댁이 이래서 골치고 아무개는 신랑이 저래서 속을 썩이고. 시집을 잘 갔다 하는 친구도 속을 파고 보면 딱히 그렇지는 않더라는 얘기지. 그러니까 경제력 있는 신랑은 이래서 걱정이고, 잘 생긴 남편은 저래서 속을 썩이고, 또 다른 친구는, 알고보니 결혼한 절친(切親)들의 생활이 별거 아니더라고.

 

그래서 결국 막내 딸년의 결혼조건 일 순위는, 언제나 시댁(媤宅)을 먼저 채점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시부모님이 아니 계셔서 너무 도에 지나치게 자유분망(自由奔忙)하게 자란 신랑감은 절대로 사양을 한단다. 시부모님은 건재하되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는 거란다. 아직은 경제적으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만한 정도. 말년에 모시는 한이 있드라도, 시방은 건강이 좋아서 병원출입을 하지 않는 정도. 설령 병원출입을 한다 하드라도 내게 손을 벌리지 않을 정도. 너무 지나치게 풍요롭지도 어렵지도 않은 부모를 둔 신랑감이 결혼조건의 제 일 순위의 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풍요로운 시부모는 목에 힘을 줘서 힘이 든다나?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저도 뼈지게 내 보일 것도 없으면서, 예사롭지 못한 결혼조건을 내 걸자 하니, 어디 제 입안의 혀같은 신랑감이 쉽겠는가. 내 속으로 난 딸이니 내가 내 딸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녀는 160도 안되는 단신(單身)이다. 시방 세대에 석사가 무슨 대수(代數)이겠누. 저만큼 잘 나가는 여자가 좀 많은가 말이지. 거기에 내 뺨도 칠만한 자존심에 누가 그녀를 섣불리 대응을 하겠는가. 나를 통해서 들어오는 맛선 자리는 도통 그녀를 이겨먹을 만한 신랑감이 아니더군. 그러니 그저 두고 보는 수밖에. 그녀의 심성으로 보아 저들끼리 만나서 이리저리 맞춰 보는게 최상(最上)이라 치부했더니, 서른아홉을 코앞에 두고 제 입에 맞는 짝을 찾았단다. 아홉수가 좋지 않다 하여, 엄동설한에 서둘러 결혼식을 치뤘구먼.

 

자식은 아롱이 다롱이라더니 내 딸들의 이야기였구먼. 하나는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나더니 하나는 너무 늦어서 걱정. 그래도 모두 서로 맞추어 주며 잘 살아주니 그저 고맙다. 이렇게 눈이 펄펄 내리는 날이면 강의 중에라도 짬을 내어,

엄마~. 엄마를 닮은 눈이 오세요.”하던 딸년들이 그립다. 그러나 이젠 직장의 신랑들에게 문자를 날리며 저녁 데이트를 청하겠지?! 이제는 놓아주고 영감과 노는 방법을 모색하자 해도 그게 잘 되질 않는다. 맘먹고 영감을 찾으니 우헤헤. 내 영감은 판관 포청천에 빠져 눈이 내리시는 줄도 모른다. 우리도 함박눈 데이트 좀 하자 하면,

미끄러울 텐데하겠지? 영감~! 맞는 말씀이여라.

 

보림아~!

할아부지 말쌈도 맞는 말씀이긴 혀~. 그치? 공연히 나갔다가 미끄러지면 워쪄. 함박눈 데이트는 무신.힛힛힛                  

 주방일 도와주시는 ​하부지가 고마버서 구수한 무차랑 땅콩을 볶아놓고 마주앉아           

눈이 없는 날의 공원 산책을 기다리며... 그게 제격이여~ㅎㅎㅎ. 워뗘~ 보기 좋쟈? ㅋㅋㅋ.


                                 눈이 내리는 날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