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95

지옥을 다녀오다2


BY 만석 2014-03-05



지옥을 다녀오다2

 

치료하지 않으면 2개월. 항암치료하면 6개월.

수술은 잘되면 명대로 살고. 잘못되면 수술 중에 갈 수도 있고.”

이건 암 4기라는 진단을 받은 나를 식구들과 같이 앉혀놓고 내린 의사의 거침없는 선고였다.

선생님은 선생님의 가족이라면 어찌하시겠는지요?”

이건 말없이 지켜만 보던 야무진 막내 딸아이의 당돌한 돌직구.

 

망설이지도 않고 수술을 택할 것이라는 의사의 대답에, 나도 식구들도 수술할 것을 원했다. 4개월을 더 살겠다고 그 무서운 항암치료를 받겠는가. 나는 이미 두 번의 항암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으며, 그 고통을 지켜본 가족들이기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다. 수술 집도의(執刀醫)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흉부외과의 베테랑. 수술 성공율 100%라는 그의 유명세에 나는 이미 휠(feel)이 꽂혀, 다른 의사를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수술이었지만, 절개 해 보니 초기였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도 식구들도 뛸 듯이 기뻤다. 그 힘든 투병도 끝이 보이는 듯해서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6년차가 되지만 별 탈 없이 이렇게 살아 있다. 물론 그동안의 투병이 쉽지만은 않았고 의사에 대한 신뢰(信賴)는 전시전능(全知全能)이라는 말 그 이상이었다. 다른 의사가 수술을 꺼려하는 눈치여서 병원을 옮겨 맞은 의사였다. 그는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에 차 있는 듯 믿음을 주었다. 6년 동안 주치의(主治醫)로 모시며 하루도 빼지 않고 감사해 했다.

나를 다시 살려놓은 고마우신 생명의 은인.’

2의 삶을 주신 감사하신 의사선생님으로 5년을 모셨다.

 

어느 날. 외래진료를 받으러 래원(來院)을 해 보니 의사선생님이 바뀌어 있었다. 수소문을 해서 찾은 의사와 오랜 노력 끝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의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벌써 울먹이고 있었다. 그러나 곧 그에게로 옮겨갈 수가 없었다.

이젠 기계가 검사하고 판독의(判讀醫)도 따로 있으니, 구태여 그를 따라 갈 필요가 있나?”

5년이 지나니 중증환자혜택도 없을 것이고 사립병원은 비용이 너무 크다.”며 남편이 딴지를 걸었다. 따는 그렇기도 하다. 수술을 한다거나 상처를 치료해야 하는 경우는 아니니까.

 

, 굳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극구 반대할 남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병원비가 원체 많이 드는 지라 미안한 마음에서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병원을 옮기지 못하는 마음은 늘 불안해서, 새 의사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1년을 그렇게 지내다가 아이들에게 의논을 했다.

, 전에 선생님 계신 병원으로 가고 싶어. 왠지 이 선생님은 믿음이 안 가.”

환자가 믿음을 가지지 않는 의사는 환자에게 도움이 안돼요. 병원을 옮깁시다. ”

두 아들과 두 딸의 지원을 얻자 남편도 동의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수술을 맡았던 의사와 마주앉자 눈물이 왈칵.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 만난 의사가 단번에 췌장암을 암시하는 말을 던졌다. 걱정보다는,

것 보라지. 일 년도 넘게 몰라본 걸 이 선생님은 대번에 알아내잖아.”하며 얼마나 의기양양(意氣揚揚)했던가. 일주일 동안 가슴 졸인 뒤에 얻은 검진결과에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었다.

~! 살았다.”하는 마음보다는 심한 배신감(背信感)이 먼저 들었다. 아, 이럴 수가. 문제는 앞으로 그 선생님을 옛날처럼 신뢰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게다. 믿어야 하는데. 신뢰해야 하는 건데. 

 

보림아~!

그래서 할미는 할아버지 말을 잘 듣는다니께. 이젠 병원을 옮길 엄두도 내지 못하겄다. 네 애비가 100장도 넘는 진료기록이랑 CD랑 흑백촬영 사진이랑 칼라촬영분이랑 어렵게 챙겨서 옮겨줬는디. ‘인명은 재천이라는디 걍 의사선상님 믿어볼란다. 그 의사선상님 전처럼 할미에게 믿음을 살라믄, 시일이 좀 오래 걸려야 할 것 같긴혀~.

근디, 사립병원에서는 영업적으루다가 각 의사선생님한티 활당량을 준다는 소문이 있더구먼. 그래서 그 의사선생님도 그랬을 것이라 믿으니 맘이 편타. 그 분도 사람인디 워쩌겄어. 결과 들여다보고, “수술해야 쓰겄다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루다가 감사하자이~ 그 선상님의 의술은 최고라잖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