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 시집보내기 2
나이 먹이고 철들려 시집을 보내자니 좋은 점이 많다. 제가 알아서 척척. 예식장은 저~기가 낫고, 음식은 거~기가 좋다 하더란다, 집 문제까지도 에미가 신경 쓸 틈도 없이 스스로 해결하네?! 웨딩촬영이며 신혼여행까지도 둘이서 이마를 조아려 합의를 한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그녀’이기에, 나는 그저 안방에 앉아서 OK~!만 연발한다. 사실 나는 막내 사윗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시방도 언제나처럼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기에, 이제부터 두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알아가는 중이다.
그의 첫 번째 방문은 푸짐한 과일바구니를 들고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크기가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그건 통과의례쯤으로 봐 주자. 그리고 두 번째 방문에는 8인분의 갈비탕을 포장해서 들었다. 고깃덩어리를 들지 않은 건, 장모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란다. 정계의 유명 인사를 단골로 둔 곳을 찾아가서, 직접 시식을 해보고 포장을 해서 싣고 온단다. 사윗감도 내 딸년만큼이나 만만찮은 모양이다. 아니, 건강 시원찮은 장모를 위한 ‘깊은 배려’라고 해 두자.
“오잉? 이건 또 무슨 소리!”
“엄마. 예물도, 예단도 없이 하기로 했어요.”
“우린 커플반지만 나눠 낄 거예요.”
“폐백음식도 예식장에서 준비하기로 했으니, 따로 준비하지 마세요.”
아니, 예물은 그렇다 치자. 알이 큰 반지를 끼는 것이 딸아이의 직성에 맞지 않을 건 뻔하니까. 그러나 아서라 아서. 예단은 시댁 어른들께 드려야 하는 뇌물성 첫 인사인 것을.
둘이 똑같이 갹출을 해서 하나의 통장을 만들고, 결혼에 필요한 걸 그 통장에서만 지출을 한단다. 어지간히도 대견스럽다. 둘도 얻어 보지 못할 무녀독남(無女獨男)의 아드님이 아닌가. 처음이자 마지막의 혼사인데. 사돈댁에서 서운하지 않을까? 영감과 의논을 해서 예단은 우리가 맡자고 맞장을 뜬다. 물론 시댁에서 준비 할 예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친정부모의 마음이다. 그래도 사위 한복은 한 벌 해 입혀야지?! 그럼 내 딸년도 한복은 해야잖아?
내 자식이다 싶어서 일까. 사위와의 두 번째 만남은 전처럼 어색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가 많이 긴장을 하는 것 같다. 대문을 나서고 차에 오르자 공연한 걱정을 얹는다.
“끼어드는 거 다 양보하시게.”
“천천히 다니시게.”
쓸데없는 걱정인 줄 알면서도 운전대를 잡은 사위에 대한 장모의 사랑이로다.
딸아이가 결혼을 한다 하니 주위의 반응이 재미있다.
“오이~ㅇ. 가긴 가네요.”
“걔가 안 간다고는 안했어. 이리 재고 저리 재느라고 이렇게 늦었지.”
“연말연시로 날 잡으세요. 그래야 우리가 하루라도 오래 머물 수가 있어요.”
멀리 미국에 있는 큰딸아이도, 가까이의 일본에 사는 막내아들도 이구동성이다. 나도 올해를 넘기지는 않으련다. 39살보다는 38살이 낫걸랑 케케케.
보림아~!
할미가 큰 걱정이 생겼다야~, 그때가 성수기라 항공료가 만만찮다는디. 니 큰고모랑 삼촌이 할미 바가지 씌우는 거 아녀? 옛날부텀 멀리서 오는 손님한테는 차비를 주는 법이걸랑. 삼촌은 몰라도 큰고모네는 네 식구나 되잖여~. 거리가 멀어서 한, 두 푼으로는 되지도 않을 것인디~?! 어째야 쓸거나. 일 나부렸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