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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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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님은 왜?- 내 며느님 흉 좀 볼라요


BY 만석 2011-07-13

 

내 며느리 흉 좀 볼라요


주말에 텃밭에서 열무를 뽑아왔다. 내가 텃밭에 다녀오는 날이면, 그 뒷설거지가 더 힘이 든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내 놓으며, 며느님에게 뒷일을 맡기기도 거시기하다. 그녀도 귀찮고 힘들 테니까.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펴지도 못하고 밭일을 하고 난 뒤라서, 몸은 녹초가 됐지만 어쩌랴.


비가 자주 오더니 열무 모양이 말이 아니다. 김치를 하기엔 맛이 좀 덜하겠지 싶다. 삶아서 나물로나 먹어야겠다. 휘여휘여 씻어서 끓는 물에 열무를 넣는데, 며느님이 쪼르르 나와 참견을 한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며느님 왈,

“어머니. 이거 김치 담그실 거예요?”한다. 이런이런. 물이 설설 끓어 열무는 익어 가는데….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삶아서 김치를 담아?!”


또 한참 들여다보더니 그제야 생각난 듯,

“아하. 이거 된장에 무쳐 먹는 그거구나요.”한다.

“그래. 된장에 맛있게 무쳐 봐라.”

된장에 무친 열무를 먹어 보기는 했겠다만, 제 손으로 무쳐는 봤으려나?

된장을 떠서 받쳐 들고 내게 들이밀겠지?


속을 넣은 배추김치를 김치 통에 넣고 막 뒷설거지를 하는데 며느님이 방에서 튀어나온다.

“김치 다 담그셨어요?”

묻는 그녀의 말보다 뭘 찾는 듯한 눈동자와 내어 민 입이 더 내 눈에 띈다. 나는 알지. 뭘 찾는 지를. 김치를 담글 때면 나는 늘 배춧잎에 속을 싸서 먹여줬으니까 그걸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제도 속이 쓰리다고 병원엘 다녀오지 않았는가. 해서 오늘은 생략을 했더니, 내심 불러주기를 기대했던 게로구먼.


“왜? 맛보고 싶었어?”

“녜.”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급하게 대답을 한다.

“속은 아프다면서….”

그래도 먹고 싶을 땐 먹여 줘야지. 배춧잎에 속을 싸는 동안 어린애같이 김치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린다. 작은 입에 버겁도록 넣어준 배춧잎을 우기적우기적 맛있게도 먹는다.


“어때.”

“맛있어요.”
“아니. 간이 어떠냐구. 싱거워? 짜?”

“제 입엔 쬐끔 싱거워요.”

“그래? 위에 거라 그런가 보다. 저녁 안 먹었지? 한 포기 상에 놓을까?”

“네.”

“그래. 아래 것으로 주마. 간이 좀 더 들었을 게야. 가위로 머리만 잘라서 척척 얹어 먹어.”

어느 새 김치보시기를 내 코앞에 들이민다. 우리 식구들은 익지 않은 김치는 별로라 한다. 생김치는 유독 며느님만을 위한 선심이다.


김치포기를 받아들고 상으로 향하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용수철을 달은 것 같이 튀어 오른다. 상에다 김치보시기를 올려놓고 그새 얼른 한 줄기를 더 찢어서, 목을 젖혀 입에 넣는다. 냠냠 맛있게 입노릇을 하면서, 빨간 제 손가락을 쪽쪽 빨아댄다. 보기에 좋다. 그녀도 기분이 썩 좋아 보인다. 어느 때는 너무 심하다 싶게 조신하다가도, 이럴 땐 또 가늠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아이스럽다. 그렇지. 너무 완벽하면 매력이 없어. 어딘가 조금은 나사가 풀린 듯한 게 좋다. 그래야 시어미도 좀 웃어 보지. 오늘도 우리 집 일기는 맑음이다.

 

(우리는 커플 모녀 ㅋㅋㅋ. 마침 초상권 문제 없는 사진이 있어서. 할미가 만들어 입혔지요^^)